[진료실에서] 난소암 환자도 완치 희망 의료진도 자신있게 조언… 부정확 정보에 흔들림 없어야 기사의 사진
최근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 연구소에서 연수를 시작한 필자는 미국의 난소암 환자 치료 환경을 보며 한국의 항암치료제 급여정책이 환자를 위한 방향으로 날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미국의 식약처(FDA)는 재발한 일부 진행성 난소암 환자에게만 표적항암제 사용을 승인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몇 개월 전부터 진행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표적항암제 중 1차 치료에 보험 급여가 인정되는 약제가 생겨 난소암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우리나라 진료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마친 난소암 환자들은 마취에서 깨어난 후 “선생님, 저 재발되진 않겠지요?”라고 묻곤 했다.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힘들어 환자의 절반 이상이 암세포가 골반 밖까지 전이돼 있는 ‘진행성 난소암’ 단계(3B∼4기)에서 발견될 만큼 치명적이다. ‘진행성 난소암’이 진단되면 의사들은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최선의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후에도 제거되지 않은 잔류 암세포들은 항암치료를 통해 죽이거나 성장을 차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환자가 15개월 전후에 재발을 경험한다.

이 때문에 난소암의 치료원칙은 1차 치료에서 완치 가능성을 높여 재발을 방지하는 데 있다. 재발 후 시행되는 치료는 삶의 질을 높이거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에 목적을 둔다. 항암 치료의 차수가 거듭될수록 위험한 합병증의 발생률도 높아진다. 이렇듯 재발이 반복되는 긴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들은 힘겹게 난소암과의 전쟁을 견뎌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한 마음으로 완치의 가능성을 높여 재발을 막기 위해 1차 치료에서 사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수술 뒤 불가피하게 이어지는 항암치료는 여전히 15∼20년 된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는 과거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1차 치료에서 사용가능한 표적항암제의 보험급여가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이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 표적항암제 투여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진료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의료진도 “완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치료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니, 긍정적으로 치료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게 됐다. 환자들이 ‘완치’의 희망을 품고 최적의 치료환경에서 더 나은 삶의 질이 보장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의료진으로서 매우 기쁜 일이다. 이제 난소암 환자들도 부정확한 정보에 흔들리지 않고 더 나은 치료환경에서 난소암을 씩씩하게 이겨내길 기대해 본다.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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