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주원] 저성장의 함정 기사의 사진
올해 경제성장률도 2%대에 그칠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다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2014년(3.3%)을 제외하고 모두 2%대를 기록하게 된다. 더구나 내년에도 성장률이 2%대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앞으로 2라는 숫자에 보다 친근해져야 할 것 같다.

누군가는 경제성장률이 한국사회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숫자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2%대 성장은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선진국들의 성장 속도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다.

그런데 선진국 경제들의 가장 큰 문제는 활력 상실이다. 경제 내 부상하는 섹터도 없어 평균적으로 기업이 큰 이익을 내기도 어렵다. 그래서 어쩌면 선진국 기업들이 외연을 확장하기 어려워 비용 절감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열을 올리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면 저성장의 구체적 모습은 늙은 경제 그리고 역동성이 사라진 경제를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이 그러한 성장 속도를 보인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것은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 경제주체들이 그것에 익숙해져 저성장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상실하게 되고 결국은 좀처럼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성장 함정의 대표적인 예가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의 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왜 30년 동안 지속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왜 일본 사람들이라고 벗어나려는 노력을 안 했겠는가. 이것저것 해봐도 안 되니 결국에는 ‘의지’가 사라졌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다. 어쩌면 한국경제도 이미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것 아닌지 겁이 난다. 한국에서는 기업도 가계도 정부조차도 무엇을 해도 안 된다. 기업들은 쓰러져가고, 개인 소득은 늘지 않고 청년들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시장에서 절망하고 있다. 역동성은 사라진 지 오래고 많은 국민이 저성장에 익숙해지고 나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정치에 필이 꽂혀 있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저녁 뉴스를 처음부터 보지 않는다. 보통 정치 이야기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두 야당의 이름이 헷갈린다.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경험상 정치 지형이 변한다고 국민들의 삶이 변하지는 않는 것 같다.

현 정부도 노력은 했지만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은 물 건너간 것 같고, 더구나 국민행복의 시대도 아닌 것 같다. 나아가 내년에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권이 만들어진다고 한들 바뀌는 것도 별로 없을 듯하다. 이것이 필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인들의 지금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전혀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 보인다.

그렇다고 우리가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의지’다. 상황을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 어쩌면 고루한 군사문화의 잔재로 치부되지만 ‘하면 된다’라는 말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지 않을까 한다.

언제 우리가 누구의 도움을 받아 살아왔는가? 언제 우리가 정치와 정부를 믿었었나?

대한민국은 ‘정치인들의 나라, 대한정국(大韓政國)’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의 ‘의지’로 지탱되는 ‘국민들의 나라,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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