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요동치는 미국적 추상 속 서예 일필휘지가 묻어난다

요절 작가 최욱경 조명… ‘최욱경 : 미국시절 1960-70년대’ 전

요동치는 미국적 추상 속  서예 일필휘지가 묻어난다 기사의 사진
‘성난 여인’(캔버스에 유채, 1966년작). 국제갤러리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뭉개듯 칠한 화려한 색채, 분방한 붓질, 춤추듯 유려한 곡면의 경계…. 그렇다. 그는 미국 유학시절 당시 화단에 군림했던 잭슨 폴록 같은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잠재의식의 분출과 공격적 제스처, 특히 색면이 드러난다는 점에서는 윌렘 드 쿠닝이 연상된다.

요절 작가 최욱경(1940∼1985)의 미국 시절을 조명하는 개인전에서 만난 회화 작품들의 첫인상은 그랬다. ‘최욱경: 미국시절 1960-70년대’라는 타이틀이 붙은 전시는 그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간 1963년부터 완전 귀국한 78년까지 15년 동안 서구적 미술양식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만의 조형양식을 구축하던 시기의 작품 7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다시 전시장을 돌면 ‘행위가 요동치는 미국적 추상’으론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 그것은 색이기도 하고, 붓질인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쓰는 색 속에는 노랑, 녹색, 검정, 주황, 빨강 등 전통의 오방색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분방한 색면 위로 형태를 만들 듯 그은 검은색 혹은 붉은색의 붓질은 서예의 일필휘지를 연상시킨다.

최욱경의 개인사가 답을 준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이자 부모는 열 살 때부터 부부 동양화가인 운보 김기창과 우향 박래현의 화실에서 미술지도를 받게 했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최욱경만의 원색은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71년 일시 귀국해 3년간 머물때 더욱 적극적으로 서예와 민화, 단청의 색을 도입하며 색채를 밀고 갔다.

한국에서 1970년대는 중간색을 쓰는 단색화가 지배하던 시기였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선 베트남전쟁,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등으로 출렁거렸던 미국 사회 현실을 직시하며 미국판 민중미술 같은 사회 참여적 작품을 그렸던 최욱경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최욱경은 작품 ‘학동마을’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차장이던 2007년 인사 청탁성 선물로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전달한 것이 알려져 유명세를 탔다. 그런 스캔들에 묻히기엔 주류의 바깥에서 살면서도 원색의 추상을 고집했던 작품세계가 돌올해 보인다. 귀국해 후학을 가르치며 왕성한 개인전을 펴던 그는 45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국제갤러리에서 30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