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남도영] 미러링 전성시대 기사의 사진
미러링(Mirroring) 전성시대다. 미러링은 심리학적 용어이자 컴퓨터 용어이며, 인터넷 용어이기도 하다. 심리학적으로는 가벼운 행동부터 음성 태도 등 행위를 무의식중에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것들을 지칭한다.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위로 설명된다. 컴퓨터 용어로서의 미러링은 데이터를 별도로 저장해두는 것을 의미한다. 백업의 개념이다.

미러링은 인터넷 용어로 더 유명하다. 주로 여성혐오 글과 행동에 맞선 남성혐오의 표현방식으로 거론된다. 여성을 비하하는 자들에 맞서 같은 언어와 같은 방식으로 남성을 비하해주는 것이다. 욕설에는 욕설로 비하에는 비하로 대응하며, 김치녀라 하면 한남충이라 되받는 것을 미러링이라고 표현한다.

미러링은 대한민국 정치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당한 만큼 돌려주는 것이다. 노무현정권이 물러나고 이명박정권이 들어섰을 당시, 이명박 사람들은 집요하게 노무현 사람들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민간기업에까지 전화를 해대는 통에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노무현 사람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 5년 뒤 노무현 사람들을 쫓아냈던 이명박 사람들은 박근혜 사람들에게 비슷한 일을 당했다. 어떤 이는 기자에게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푸념했는데, “5년 전에 했던 일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박근혜 사람들도 1년4개월 뒤에 비슷한 일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후임자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단식을 시작했을 때, 그에게 쏟아졌던 숱한 조롱과 모욕은 이 대표 본인도 미처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수많은 ‘과거의 단식’들이 현재로 소환됐다. 이 대표와 새누리당이 과거의 단식들에 했던 발언과 태도는 그대로 되돌아왔다. 완벽한 미러링이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파행과 논란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공격자와 수비자가 뒤바뀐 과거 정치의 부끄러운 오마주일 뿐이다. 이제 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해 새로운 논리를 개발하고 근거를 들이댈 이유가 사라졌다. 과거의 발언과 행동들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시대가 됐다.

미러링은 통쾌하다. 어떤 사람들은 ‘배설의 쾌감’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 그만큼 속 시원한 일도 없다. 그러나 미러링으로 풀리는 문제는 없다. 가치판단의 문제, 옳고 그름의 문제는 사라지고 보복의 정당성과 같은 진흙탕 싸움만이 남는다. 게다가 상대방에 대한 보복은 상대방의 보복도 각오해야 한다. 조롱과 모욕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조롱과 모욕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미러링의 악순환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누가 먼저 멈출 것인가, 양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대립하는 양쪽이 싸움을 멈추고 보복 행위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쪽의 인내와 양보가 필수적이다.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조금 더 여유가 있고 힘이 많은 쪽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순리다. 2006년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가 노무현 대통령 책임이 아니었던 것처럼, 2016년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가 박근혜 대통령 때문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힘이 가장 세기 때문이다. 김재수 장관 문제든, 농민 백남기씨 문제든,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든 박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면 해결될 문제가 적지 않다.

남도영 사회부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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