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취업 준비생 아들 기사의 사진
형제 중 맏이인 아들이 얼마 전 입사시험에서 떨어졌다.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은 통과했는데 3차 면접에서 걸렸다. 영어와 실무, 임원 등 3단계 면접을 치렀는데 한 곳에서 너무 긴장해 점수를 제대로 못 딴 것 같다고 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얼어본 건 처음이에요.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니까”라는 아들의 말에 짠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홀로 분투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아버지의 자책이랄까.

내년 2월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은 그나마 낫다. 이번이 첫 실패였기에 좌절의 깊이도 그만큼 얕다. 수십 장의 지원서를 내고도 서류전형에 탈락해 시험조차 보지 못하는 또래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기인 요즘 취업준비생과 그들의 부모 마음은 타들어간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의 48.6%는 신규 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이겠다고 했다. 더 뽑겠다는 곳은 11.4%에 불과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란 낯선 채용 방식을 택한 곳이 늘면서 취준생들의 짐은 더 무거워졌다.

‘가장 무서운 스펙은?’. 정답은 ‘낙하산’이란다. 취준생들의 씁쓸한 우스개다. 낙방의 쓰라림보다 좌절의 일상화가 더 안타깝다. 젊은이들 사이에 ‘호모인턴’ ‘부장인턴’이란 용어가 회자된다는 기사를 봤다. 인턴을 위한 인간이라거나 인턴을 워낙 많이 해 실무능력은 부장급이란 패러디다. 서류 통과만으로도 짜릿함을 느낀다는 ‘서류가즘’도 있다.

정부의 청년고용 대책은 헛발질이다. 구인과 구직의 미스매칭 해소가 정답임에도 엉뚱한 데 수조원을 썼다. 청년들은 임금과 고용 안정을 원하는데 정부는 인턴과 시간제를 권한다. 청년고용과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만 외치고 있다.

가을 문턱인데 취업시장엔 삭풍이 분 지 오래다. ‘미안하다’는 말과 서툰 격려 말고는 아들에게 해줄 말이 없다. 대한민국 많은 50대의 자화상일 듯싶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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