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한민수] 문재인·안철수 의지의 대결 기사의 사진
여기 권좌(權座)를 향한 의지를 갈고닦는 두 남자가 있다.

“지난번에는 내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가운데 정말 벼락치기로 임했다. 그래서 패배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난 항상 승부했고 도전했다. 한 번도 현실과 타협하거나 마음이 약해서 물러선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과 안철수. 이 두 사람을 빼고 2017년 대선을 논할 순 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48%를 득표했고 박근혜 후보에 3.6% 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한때 전국 지지율이 50%를 넘던 다크호스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 4년이 흐른 뒤에도 둘은 야권에서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지지자들과 잠재적 우군에 외친다. ‘두 번 실패는 없다’ vs ‘난 타고난 승부사다’라고.

야당도 둘을 중심으로 나눠져 있다. 4·13총선에서 승리한 더민주는 지도부는 물론 전국 시·도 지부까지 문재인 체제로 재편됐다. 후보도 내년 6월에 뽑을 예정이다. 굵직한 공약을 마련하는 등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6개월 전에 만든 뒤 그를 축으로 야권 세력을 총 결집시키겠다는 친문(親文)의 전략이 깔려 있다.

누가 뭐래도 국민의당은 안철수당이다. 안철수가 없었다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은 제로(0)였다. 호남 국회의원 중 절대 다수도 안풍(安風)이 불지 않았다면 당선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안철수는 대선까지 끊임없이 당내 호남세력으로부터 도전을 받을 것이다. 그가 “더 이상 철수(撤收)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현재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앙금이 쌓였고 지난 총선을 앞두고 감정이 폭발했다. 정치적 지향점도, 철학도, 심지어 어법도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이 같다. 다른 주자들이 갖지 못한 장점도 있다. 문재인에게는 친노(親盧)라는 확실한 지지기반이 있고 안철수의 새정치는 한 번 정도 더 터질 뇌관이 남아 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막판까지 얼굴을 붉혀가면서 상대방의 의지(意志)를 시험하고 흔들어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의도에서 횡행하는 ‘안철수 여권주자설’ ‘더민주-국민의당 통합경선설’이나 ‘이대문 필패’(이대로 문재인이 후보가 되면 필패)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문·안 의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충돌 지점에는 우선 정권교체와 정치교체가 있다. 문재인이 “정권교체는 당이나 개인 정치인을 뛰어넘는 숙명적 과제”라며 통합을 강조하면 안철수는 “국민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원하고 있다”고 일축해 버린다. 대규모 싱크탱크를 띄우는 등 줄 세우기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지지기반과 명분이 살아 있는 한 대선 가도에서 중도에 하차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승패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 계기는 있기 마련이다. 문재인의 의지는 ‘친노 포기’를 수용할지에서 드러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바타 이미지만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게 4년 전 입증됐다. 문재인표 한 방이 필요하다.

안철수에게 중대 시련은 ‘제3지대론’을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달렸다. 반문(反文·반문재인), 반박(反朴·반박근혜) 세력의 등에 올라타거나 이들을 성공적으로 찍어 누르게 되면 역대 가장 강력한 제3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원조보수 진영을 빨아들이는 구심체도 가능하다.

결국 주변의 온갖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의지력의 소유자가 살아남을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대선 관전 포인트다.

한민수 논설위원 ms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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