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폴리테이너 기사의 사진
지난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해버포트에서 열린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타운홀 미팅 유세. 클린턴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인물과 단상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주고받는다. 영화 ‘헝거게임’에 출연했던 할리우드 여배우 엘리자베스 뱅크스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초청연사로 등장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패러디한 열렬한 클린턴 지지자다. 미국에선 뱅크스 같은 ‘폴리테이너(politician+entertainer)’의 활동이 활발하다.

할리우드 최고 스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등은 최근 투표를 독려하는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공유했다.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해 트럼프를 낙선시키자는 취지다. 이들 외에 팝스타 케이티 페리, 캐롤 킹과 할리우드 배우 클로이 모레츠, 에바 롱고리아, 메릴 스트립, 토니 골드윈, 안젤라 바셋, 시고니 위버도 일찌감치 클린턴 지지 대열에 섰다. 반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연예인은 찰리 쉰, 헐크 호간, 존 보이트 등 소수에 불과하다. 미 국민들은 개인 소신에 따른 연예인의 정치활동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직 폴리테이너를 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별다른 이유 없이 출연 중이거나 출연이 예정된 프로그램에서 퇴출돼 외압 시비가 일기 일쑤다. 김미화 김여진 김제동 윤도현 등의 경우다. 일부 강경 보수세력들은 ‘좌좀(좌익좀비)’이라며 이들에 대해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낸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1년2개월 전 방송에서 한 얘기가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방위 복무시절 4성 장군 부인에게 아주머니라고 했다가 13일 동안 영창 갔다”는 내용이다. 국방 차관 출신의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이 “군의 명예가 달려 있다”며 문제를 삼은 것이다. 최근 발언도 아니고 1년도 지난 얘기를 이제 와서 새삼 들추는 것은 김씨가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했기 때문은 아닌지.

김씨 얘기에 다소 과장이 있었던 듯 보인다. 그렇더라도 예능을 예능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것마저 정치적 잣대로 재단하고 해석하는 한국 정치, 참 옹졸하고 삭막하다.

글=이흥우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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