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맹경환] 앞만 보고 달려온 중국 기사의 사진
중국을 찾은 손님들이 깜짝 놀라는 것 중 하나는 스마트폰 하나로 안 되는 것이 없는 생활 모습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인터넷 하나만은 한국이 최고라고 자부했던 사람들도 주눅이 들곤 한다. 그 편리성을 가장 먼저 체험하는 것은 차량 공유앱 ‘디디추싱(滴滴出行)’이다. 애초 택시 호출로 시작했지만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중국에 온 손님을 마중 나갈 시간이 없을 때면 ‘좐처(專車)’의 공항 마중·배웅 서비스를 요긴하게 사용한다. 손님이 많으면 7인승 밴을 선택하고 항공편과 도착시간을 입력하면 예약은 끝이다. 기사에게 승차 인원과 성별 등을 간단히 알려주고 차를 타는 장소만 정하면 원하는 장소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다. 항공편명만 정확히 입력하면 연착돼도 대기시간에 대한 추가 비용도 없다.

목적지가 같은 사람을 묶어주는 카풀 개념의 순펑처(順風車)를 이용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타기 힘든 최고급 승용차의 시승과 함께 대리운전에 렌트카 서비스까지 디디추싱 앱 하나로 해결이 가능하다.

중국에서는 정말 현금 없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생활이 가능하다. 알리바바의 전자결제시스템인 ‘즈푸바오’나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의 온라인 지갑 속에 결제 은행계좌만 등록하면 된다. 물건을 사거나 음식점을 물론이고 노점에서도 스마트폰의 QR코드만 한번 읽히면 쉽게 지불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계좌 이체도 자유롭다.

이런 서비스들이 한국 같으면 쉽게 정착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 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첫선을 보인 것이 ‘카카오택시’였고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도 나왔다. 하지만 이른바 골목상권 침해 논란 때문에 기대했던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택시는 중소 콜택시 업체를 고사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카카오드라이버는 대리운전업체들과의 다툼이 법정까지 가 있다. 즈푸바오나 웨이신을 이용해 지불하거나 이체할 때는 비밀번호만 누르면 간단하게 처리된다. 한국에서는 분명 이 정도로 단순한 결제 방식은 보안 문제다 해서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틀리고 중국이 옳은 걸까. 중국은 경제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부작용은 나중 문제다. 불만은 언제든 통제 가능한 언론을 통해 잠재울 수 있다. 현금 없는 사회를 완성해 가고 있지만 부작용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간편함을 추구하다 보니 보안이 허술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쉽게 범죄에 노출된다. 주위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계좌에서 돈이 빠져 나갔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8월에는 산둥성에서 대학 입학을 앞둔 쉬위위라는 여학생이 학자금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는 말에 속아 입학금을 날려 충격에 사망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1년간 6억8000만명이 보이스피싱이나 개인정보 유출로 915억 위안(약 15조2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통계도 있다. 뒤늦게 당국은 24시간 지연 이체 등 보안 강화 방안을 도입하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는 의심이 든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먼저 부자가 되게 하라’는 전략으로 경제는 괄목 성장했지만 빈부격차 부정부패 환경오염 등 해결 과제를 남겼다. 이제 중국도 뒤를 돌아보고 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다 지나쳤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클지는 아무도 모른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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