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충격 휩싸인 공화… 트럼프 후보 사퇴 목소리 커진다 기사의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왼쪽)가 2005년 10월 드라마 촬영장으로 가는 버스에서 연예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 진행자 빌리 부시(오른쪽)와 음담패설을 나눈 뒤 버스에서 내려 여배우 아리안 저커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트럼프가 “성관계를 갖고 싶다”고 거론한 1990년 미스 월드 우승자 출신이자 연예프로그램 ‘엔터테인먼트 투나잇’의 진행자 낸시 오델. 워싱턴포스트 동영상 캡처, AP뉴시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의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유포된 이후 공화당은 충격에 빠졌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동영상 공개 직후 “트럼프의 발언은 역겹다”며 다음 날 자신의 지역구에서 갖기로 한 트럼프와의 공동유세를 취소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고, 방어할 수 없다”고 비판한 뒤 공동유세 참여를 거부했다. 펜스 주지사는 다만 “그가 자신의 발언을 뉘우치고 사과한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는 여성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처음엔 “격의 없는 농담이었다”고 치부했으나 당내 의원 20여명이 자신의 발언을 비판하며 지지 철회 성명을 내놓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사과했다. 트럼프는 8일 새벽 트위터를 통해 “누구나 완벽하지 못하다. 과거에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잘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선 출마 이후 이번과 같이 진지하게 사과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당 안팎의 시선은 싸늘했다. 트럼프의 사과로 봉합될 수준을 넘어섰다. 마이크 리, 마크 커크, 벤 새스 상원의원과 마이크 코프먼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사퇴를 촉구했다.

후보교체론까지 제기됐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신 부통령 후보인 펜스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공화당 서열 3위인 존 튠 상무위원장은 “지금 당장 트럼프는 후보직을 사퇴하고 펜스가 우리 당의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대선 후보를 교체해야 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선승리 홍보 우편’ 발송 업무를 중단시켰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투표를 한 달 남겨놓고 트럼프가 자진 사퇴하거나 물리적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에 빠지지 않는 한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대선과 함께 치르는 상·하원 의회 선거와 주지사 선거까지 패배할 것이라는 절망감이 확산되면서 트럼프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켈리 아요테 상원의원은 “엄마로서, 당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입장에서 도저히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며 “투표용지에 펜스의 이름을 적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측근들과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뒤 “어떤 일이 있어도 사퇴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언론과 당의 주류는 물러나길 바라지만 나는 결코 중도 하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는 2004년 라디오 쇼 진행자 하워드 스턴과의 인터뷰 도중 스턴이 ‘당신 딸 이방카를 피스 오브 에스(piece of ass·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부르는 속어)’라고 불러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방카는 아름답다’고 답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2006년에도 스턴과 대화하면서 ‘이방카는 매우 육감적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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