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38년 논란 결론내자] 120m 지하서 ‘안전성’ 꼼꼼하게 점검 기사의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들이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에서 실제 단층에 흐르는 지하수의 속도와 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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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연구동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 차를 타고 5분 정도 외딴 산길로 이동하자 대형 인공동굴의 입구가 나타났다. 동굴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가득했다. 지름 6m, 길이 543m, 지표 깊이 120m에 달하는 이 동굴은 사용후핵연료의 보관 안전성을 실험하는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만들기 위한 사전 연구시설인 셈이다.

KURT 내부에는 가상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 위한 시설과 보관 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장비들이 마련돼 있었다. 지난 5월 지름 80㎝ 정도의 구리 용기를 4m 깊이로 묻어 놨다. 용기 안에는 100∼150도의 열을 내는 전기히터가 들어 있다고 한다.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용기 주변의 센서들은 지하 환경과 용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었다.

사용후핵연료는 깊이 묻을수록 안전하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주변 흙이 더 단단히 다져져 있고 지층 안정성이 높아진다. 지진 등 외부 자극으로부터도 최대한 보호된다. 게다가 깊이 내려갈수록 지하수는 환원상태에 가까워진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용기가 산소와 결합해 부식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의미다.

또 KURT에서는 모의 사용후핵연료 보관뿐만 아니라 지하 환경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었다. 실제 단층에 지하수가 흐르는 속도를 측정하는 기기들이 부착돼 있었다. 김경수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장은 “사용후핵연료가 묻힐 땅속에는 지하수가 느리게 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의 사태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한 용기가 손상된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타고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URT 내 다른 공간에는 금속원통이 수직으로 돌출돼 있었다. 김 부장은 “지하 환경을 측정하는 이 원통은 지하 500m까지 구멍을 뚫어 심은 것”이라고 말했다. 나중에는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500m 지점에 보관할 예정인데 현재 120m 깊이의 시설과는 환경이 또 다를 가능성이 높다. 이에 500m 지하의 지하수 상태 등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원 측에서 아이디어를 낸 결과물이다.

국내 사용후핵연료 보관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졌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을 연구하는 시설과 인력은 사실상 KURT가 유일하다. 연구인력은 29명에 불과하다. 김 부장은 “고준위 폐기물 처분은 곧 현실이 된다”면서 “일본의 경우 200여명의 인력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적극적으로 연구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유성열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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