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란 <12·끝> “인생 2모작은 은혜와 감사를 나누며 살기로”

신앙으로 모인 여성CEO 포럼 조직…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 되고자 노력

[역경의 열매] 김정란 <12·끝> “인생 2모작은 은혜와 감사를 나누며 살기로” 기사의 사진
김정란 권사가 청계산 입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해외 명품 도자기 전시장을 겸한 카페 ‘푸른언덕’ 앞에서 촬영한 모습.
50여년의 세월을 돌이켜보니 나는 참 바쁘게 살아왔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하는 삶을 거의 20년 넘게 해왔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어디 여행 좀 다녀오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딸과 함께 우연히 떠난 유럽 여행길에서 새로운 문화 체험을 했다. 작은 식당에서 저렴한 음식을 주문했는데, 예쁜 그릇에 음식이 담겨져 나오는 순간 내 눈이 황홀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 작은 그릇 하나에도 이렇게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구나.’

식탁은 단순히 음식만이 오가는 자리가 아니다.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정을 싹틔울 수 있는 공간이다. 식탁이 아름답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그 뒤로 여행을 다니면서 예쁜 그릇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것이 자연스레 도자기 사업으로 이어졌다.

청계산 옛골 입구에 허름한 식당 건물을 매입해 1층은 유럽풍의 카페로, 2층은 해외 명품 도자기 전시·판매장으로 꾸며 2011년 ‘푸른언덕’을 오픈했다. 많은 사람들은 “누가 산 밑에 가서 고급 도자기 그릇을 사겠나”라며 말렸지만 나는 건강을 위해 등산하는 중년 여성들, 교외로 여가를 즐기는 이들이 주 고객층이 될 거라는 역발상의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이 같은 예상은 적중했다. 아름다운 식탁을 콘셉트로 한 전시장의 모습에 고객들은 만족해했다. 차와 케이크는 서비스. 다시 오고 싶은 공간으로 푸른언덕은 입소문이 나면서 첫해는 1억원 정도의 매출 실적을 거뒀고, 4년이 흐른 지금은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했다.

나는 지금껏 가정주부, 사업가, 대학 겸임교수, 교회 봉사자 등으로 바쁘게 살면서도 불평 한마디 않고 성실하게 잘 감당해왔다고 자부한다. 2015년 7월엔 중소기업청장으로부터 ‘2015년 여성기업 유공자 포상식’에서 모범여성 기업인상도 받았다. 물론 상을 받기 위해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한 데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니 감개무량하다.

요즘은 ‘인생 2모작 시대’라고 한다. 나에게 1모작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 사업가로서 어느 정도 위치에 서게 된 때다. 2모작은 이렇게 받은 은혜와 감사를 더 많은 이웃들에게 나누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2014년 11월엔 ‘국민일보 기독여성 리더스포럼’의 회장직도 맡은 게 아닌가 싶다. 신앙으로 모인 여성 CEO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살펴보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최근엔 그 사역들을 좀 더 조직적으로 해보자며 ㈔국민여성리더스포럼을 세워 초대 이사장도 맡았다. 기업의 이익이나 매출 향상도 중요하지만 나에겐 신실한 신앙인이요, 기도하는 어머니로서 사는 게 더 중요하다. 리더스포럼을 통해 한부모 가정, 미혼모, 소년소녀가장들에게 그리스도의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

이번에 역경의 열매를 연재하면서 지인들로부터 수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사후도에 대학생 신분으로 봉사활동을 오셔서 평생 멘토가 돼주신 임영철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향기로운 글 잘 읽었다’며 격려해주셨다. 이분들의 사랑이 곧 하나님의 사랑임을 깨닫는다. 그 사랑이 있었기에 어둡고 험한 길이라도 잘 헤쳐 걸어올 수 있었다. 이젠 받은 그 사랑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며 살겠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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