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전교조는 시스템에 한계…교사가 행복해야 교육 살아, 전문성·자율성 높이는 데 주력”

새로운 교원노조 설립 준비 ‘교육노동운동재편모임’ 공동대표 김은형 서울 인헌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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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탈퇴한 김은형 ‘교육노동운동재편모임’ 공동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인헌고 교정에서 새로운 교원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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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강경 투쟁 노선과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하는 교사들이 새로운 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새 노조가 출범하면 교원노동운동에 새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전국적 규모의 노조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의 중심에 김은형(59·여·인헌고 교사·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교육노동운동재편모임’(재편모임) 공동대표가 있다. 김 공동대표를 지난 5일 인헌고 회의실에서 만나 새 노조 결성 배경과 계획 등을 들었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과 함께 옥고까지 치렀는데.

“1989년 출범할 때 전교조에 가입했다. 서울 개봉중 분회장 자격으로 해직됐다. 당시 정부는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들을 대대적으로 해직시켰다. 세계 교육 역사에 유례없는 비극이었다. 그럼에도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중시해 ‘전국국어교사모임’ 결성을 주도했다. 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될 때 제1, 2대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때 전교조 교섭지원단장으로 전교조와 교육부가 진행한 역사상 두 차례의 단체교섭을 성사시켰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사 임금체계 개편안 등 합의안을 도출했다. 교육부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합의안을 이행하지 않아 교육부 방문 투쟁에 나섰다. 결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두 번째로 해직됐다.”



-평생 몸담은 전교조를 떠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만감이 교차한다. 전교조에 청춘과 인생을 모두 바쳤다. 10만 가까운 조합원으로 조직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남성 위주의 조직 운영 방식을 바꾸기 위해 임원과 대의원의 50%를 여성으로 임명하는 여성할당제를 관철시켰다. 교사의 70∼80%가 여교사인데 전교조는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여성할당제 관철은 여성운동사에서 대단한 성과로 통한다. 그러나 전교조는 근본적으로 시스템에 한계를 안고 있다. 조직·대의·재정·사업 체계 등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풀뿌리 운동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모두가 참여하는 운동이 되지 못하면 결국 명분 중심의 강경 투쟁만 남는다. 전교조 활동이 교육운동의 전부는 아니다. 누구나 노조를 만들 수 있고, 누구든 교육운동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는 것이 소신이다. 새로운 교원노조를 준비하고 있어 최근 전교조를 탈퇴했다.”



-전교조는 교육 민주화를 위해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정치투쟁을 일삼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교육계에서 전교조는 큰 역할을 했다. 교사들에게 참교육의 희망을 불어넣었다. 교내 비리를 줄였고 권위주의를 약화시켰다. 전교조 출범 전에는 교사들이 갹출해 교장에게 돈을 상납했고, 수의계약을 통해 공금을 빼돌리는 일이 잦았다. 교사가 교장에게 학교예산 공개를 요구하면 ‘빨갱이’ 취급을 받았다. 학교 안에 갈등도 있었지만 많은 조합원의 희생과 헌신으로 수업의 질이 높아지고 학교 운영이 투명해졌다. 전교조를 강성으로 만든 데는 정부와 언론의 책임도 있다. 정부의 과도한 탄압과 억압, 언론의 부정적 보도, 권위적인 학교 관료들과 맞서기 위해 극한의 고통을 견뎌야 했다. 이러면서 학습된 투쟁 의식과 사업 방식이 고착화된 측면이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전교조가 현 체제를 고집한다면 풀뿌리 교육운동을 성공시킬 수 없다.”



-전교조가 재편모임 활동을 교육운동의 분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어용노조가 될 것이라는 비난도 하고 있다.

“재편모임을 이끄는 이들은 민주성, 전문성, 대중성이 살아 있는 노조를 만들고자 한다. 온건하면 어용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미성숙한 생각이다. 잘못된 교원 정책이나 교육 제도를 고치기 위해 싸워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동참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참여와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 것도 필요하다.”



-전교조 조합원이 급감한 이유는.

“한때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이 9만5000명을 넘었다. 현재 조합원이 크게 줄었고 조직률도 뚝 떨어졌다. 공무원 노조는 나뉘어 있지만 전체 조직률이 전교조보다 훨씬 높다. 전교조의 조합원 감소 이유는 ‘조직 시스템’에 있다. 유치원·특수·초등·사립·중등·교과 등에 따라 교사들의 이해와 요구가 매우 다르다. 그런데 전교조는 위원장과 중앙집행위원들이 한 가지 사업 이상을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내부에 정파싸움도 치열하다. 하나의 투쟁 이슈만을 강조하는 전교조에서 조합원들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전교조가 최근 조합원의 복수노조 가입을 막기 위해 규약을 개정했는데.

“국제노동기구(ILO)도 복수노조 가입을 노동자 권한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용자가 노조를 깨기 위해 어용·유령 노조를 만들 때 노조가 제한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복수노조 가입 금지가 오히려 전교조에 불리할 수 있다. 이중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싶은 이들을 탈퇴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런 규약 개정을 독선적 조치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전교조 탈퇴자와 미조직 교사 35만명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외국 교원노조는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가.

“독일 프랑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여러 개의 노조로 조직돼 있다. 노조별 지역본부를 두고 있으며, 많은 노조가 연합하는 구조다. 시·도별 노조 연합체가 무력하다거나 중앙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교원노조운동의 세계 흐름과 역사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재편모임을 만든 이유는.

“전교조를 혁신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불가능한 것에 매달리기보다 새로 시작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보았다. 재편모임은 조직·대의·사업·재정 체계 모두를 전교조와 다르게 갈 것이다. 분권적이고, 민주적이며, 대중적인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교사노동조합 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서울부터 노조를 설립하는가.

“전교조 조사통계국장을 역임한 천희완 대영고 교사를 준비위 대표로 선출하고 강령과 규약 초안을 만들고 있다. 현행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로는 전국 단일 교사노조나 지역별 노조로만 등록할 수 있다. 일단 지역별 노조로 ‘(가칭)서울교사노조’가 먼저 출범한다. 창립식을 12월 8일로 잡고 있다. 정식 이름은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한다. 재편모임은 교사들에게 취지를 널리 알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교사노조가 만들어지도록 준비하고 있다. 서울 지역에 이어 경기도, 경남, 광주, 울산 등 시·도별 지역 노조를 만들고 이들을 묶어 ‘(가칭)한국교사노조총연맹’을 만들 생각이다. 최종적으로는 직원노조와 교수노조, 예비교사와 퇴직자까지 포괄하는 초기업 노조인 ‘교육대산별노조’를 결성하려고 한다.”



-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정부와 기업, 언론의 후진성 때문에 노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독일의 경우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기업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회사 발전을 함께 도모한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우리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교육현장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그럴 때 교사들의 호응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새 노조는 어떤 노동운동을 할 것인가.

“교사는 교육의 알파요, 오메가다. 교사가 행복해야 교육이 살아난다.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승진 제도를 개선하고, 교육과정 개편과 수업권 확보 등 교육의 전문성·자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필요하면 투쟁도 할 것이다. 그러나 투쟁 방식은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는 방법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정식 노조가 되면 정부의 협상 파트너는 어느 조직이 되는가.

“서울교사노조가 출범하면 2주 안에 설립신고를 마칠 예정이다. 합법 노조가 되면 당연히 서울교사노조가 정식 협상 파트너가 될 것이다. 내년부터 교육부와 교육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려고 한다. 현재 전교조는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정부와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 군소 노조들이 있지만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일반 노동자는 조합원이 많은 노조에 단체교섭권을 주는 다수대표제를, 공무원은 조합원 수에 비례해 교섭위원을 파견하는 비례대표제를, 교원은 합법적인 노조라면 정부와 각각 교섭할 수 있는 자율교섭제를 적용한다. 교원노조와 정부가 서명한 단체협약의 경우 노조 활동에 관한 사항은 해당 노조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임금·근무시간처럼 근로조건과 관련한 사항은 여러 단체협약 가운데 교원에게 유리한 것을 채택한다. 따라서 서울교사노조와 정부가 근로조건을 맺으면 모든 교사에게 적용될 수 있다. 새 노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물론 전교조가 합법화되면 함께 윈-윈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내년에 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이나 정책은.

“조합원 총회를 통해 사업 순위를 정할 것이다. 조합비 사용의 우선순위를 정책 개발에 둘 예정이다. 학교를 혁신하기 위한 정책을 다룰 방침이다.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 공모제 전면 확대’는 학교 혁신의 출발점이다.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독일식 ‘직장평의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사들의 수업 혁신과 생활지도를 돕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제안할 것이다.”

만난사람=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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