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제복의 숭고한 희생 기사의 사진
‘Freedom is not free.’ 누구나 들어봤을 영어 표현이다. ‘대가 없는 자유는 없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는 뜻인데 워싱턴DC 한국전참전 기념공원에도 새겨져 있다. 누군가 희생이 있었고, 그 희생 위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이 평범한 진리는 늘 잊혀지곤 한다.

전사(戰史)에서 기적 중의 하나로 꼽히는 게 2차 세계대전에서의 됭케르크(영어명 던커크) 철수 작전이다. 대전 초기 현대전에서 최초로 선보인 히틀러의 전격작전으로 독일 탱크와 공군력이 유럽대륙을 휩쓸자 영·불 연합군은 도버 해협 쪽으로 밀리기만 했다. 연합군 지휘부는 철수 결정을 하고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영국군 22만6000명, 프랑스·벨기에군 11만2000명을 프랑스 북부해안 됭케르크에서 영국까지 사상 최대 탈출작전을 감행한다. 독일 기갑부대와 폭격기의 엄청난 화력을 감안한다면 기적이라는 표현도 모자라다. 이 작전을 ‘성공한 실패’라고 부르는 이유다.

워낙 거대한 작전이라 소홀히 취급된 면이 있지만 이 작전의 실체적 주인공들은 윈스턴 처칠의 명령으로 최후까지 됭케르크에 남아 작전 완료시점까지 독일군을 막아낸 영국군 경비부대, 그리고 선박징발령에 자원해 목숨을 걸고 병사들을 실어 나른 민간인들이다. 경비부대는 철수 완료 뒤 좀 더 버티다 사상자 수가 늘어나자 독일군에 항복한다. 이들은 사살되거나 프랑스가 해방될 때가지 혹독한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민간인들은 2∼3명 탈 수 있는 비무장 보트로도 바다를 건너가 보이는 병사들을 무작정 싣고 왔다고 전사는 기록한다. 그런 사람들의 죽음과 헌신으로 30만명 넘는 군인들이 목숨을 건졌고, 이는 노르망디 상륙 등 전세를 뒤집는 기초가 됐다.

제복의 의미는 간단치 않다. 그들의 헌신으로 나라가 유지된다. 우리에게 제복은 이중적 의미를 갖지만, 권력 유지와 개인 영달에 이용하는 게 나쁜 짓이지 제복 자체는 숭고하다. 지난달 말 훈련 도중 링스 헬기 추락으로 해군 김경민 소령, 박유신 소령, 황성철 상사가 숨졌다. 지난주에는 태풍 차바로 고립된 주민을 구출하던 울산소방서 강기봉 소방사가 숨졌다. 다리가 부러진 것도 모른 채 바다에서 주민을 구한 해경 대원도 있었다. 다 국가가 부여한 임무 수행 중이었다. 그런 희생 위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제복의 희생과 헌신에는 애써 눈감은 채 이용하거나 누리기만 하려는 자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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