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2차 TV토론… ‘추문 들추기’ 토론장 기사의 사진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아내 멜라니아(오른쪽)에 이어 딸 이방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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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2차 TV토론이 ‘추문 들추기 경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토론 시작 직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상대 여성 3명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음담패설 vs 성추문’ 대결 징후는 뚜렷했다. 오바마케어와 시리아 위기 해법을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으나 추문 전쟁 속에 정책과 비전은 실종됐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9일(현지시간) 열린 2차 TV토론은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는 사회자뿐 아니라 청중으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았지만 대부분 상대를 비판하는 결론을 유도하기 바빴다.

사회는 CNN 앵커 앤더슨 쿠퍼와 ABC뉴스 마사 래대츠 기자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쿠퍼는 트럼프가 가장 싫어하는 토론 진행자다.

남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맨 트럼프와 위아래 감청색 차림의 클린턴은 래대츠의 소개로 무대에 등장했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인사만 주고받은 채 악수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을 만큼 분위기가 냉랭했다.

첫 질문은 청중석에서 여교사 패트리스 브록이 던졌다. 브록은 두 후보에게 각각 “당신은 젊은이들의 바람직한 롤모델이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선거 구호를 연상시키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클린턴은 “모든 이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고,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사회자인 쿠퍼가 음담패설 동영상을 언급하며 트럼프를 몰아세웠다. 쿠퍼는 “이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걸 자랑한 것이다. 트럼프 당신은 스스로 한 말의 의미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트럼프는 예상이라도 한 듯 목소리를 깔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는 “결코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다. 그건 탈의실 농담이었다. (내가 말한 게) 자랑스럽지 않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쿠퍼가 트럼프에게 “동영상에서 과시한 대로 여성의 허락을 받지 않고 키스를 하거나 성기를 움켜쥐는 행동을 실제 한 적이 있느냐”고 캐묻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트럼프는 “매우 곤혹스럽다. 그건 탈의실 농담”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화제를 바꾸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는 느닷없이 “이슬람국가(IS)를 혼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클린턴도 트럼프를 물고 늘어졌다. 클린턴은 “공화당 후보의 적합성을 의심한 적이 없지만 트럼프는 다르다”며 “이틀 전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은 트럼프가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 분명히 알 수 있게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자 트럼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성을 학대하고, 힐러리는 그런 여성을 협박했다”고 받아쳤다. 빌 클린턴의 성추문 대상 여성인 후아니타 브로드릭은 TV토론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심한 말을 했지만 빌은 나를 강간했고, 힐러리는 나를 협박했다”고 트럼프를 두둔했다. 다만 이들 여성 중 TV토론에서 직접 발언한 사람은 없었다.

토론 말미에 청중석에서 “상대를 존경하는 게 있다면 말해보라”는 질문이 나오자 클린턴과 트럼프는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답변에 나선 클린턴은 “트럼프에게는 유능한 자녀들이 있다”고 칭찬했고, 트럼프는 “클린턴은 물러서지 않는 투사”라고 화답했다.

한편 트럼프의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한 말은 성폭행에 해당한다”면서도 “예전에 일부 남자가 이런 식으로 과장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트럼프를 옹호했다. 그러나 줄리아니 전 시장의 딸인 캐롤라인 줄리아니(27)는 트위터에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캐롤라인은 “힐러리가 훨씬 더 자질을 갖춘 후보”라며 “내가 힐러리를 좋아하는 걸 아빠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동영상에서 트럼프의 음담패설을 유도하고 맞장구를 친 빌리 부시(45)는 NBC 간판 프로그램 ‘투데이’ 진행에서 물러난다고 NBC가 발표했다. 조시 W 부시 전 대통령의 사촌동생인 빌리 부시는 연예 전문 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를 진행하다 이달 초 NBC 투데이로 옮겼으나 음담패설 동영상이 폭로되면서 방송인 경력에 치명타를 입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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