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재익] 세계는 포용경제로 가는데… 기사의 사진
유엔이 20년마다 주최하는 ‘주거와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에 관한 회의’ 즉 ‘해비타트Ⅲ’가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에콰도르 키토에서 개최된다. 이 회의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노력의 소산으로서 향후 20년간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를 선정하고 구체적 행동강령을 채택하게 된다. 첫 회의는 1976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두 번째 회의는 1996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바 있으며, 우리나라의 정부기관 관계자와 다양한 민간단체 대표들도 참석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핵심내용 중 하나는 포용경제 즉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경제성장’이다. 범지구적 차원의 시대적 과제로서 경제성장 그 자체보다 성장의 열매를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골고루 누려야 함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포용경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가는 이유는 짧은 기간 내에 고성장을 이룩함으로써 유발되는 압축성장의 폐해를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특성이 전형적인 압축성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의의 주제는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일부 계층의 희생을 불가피하게 간주하고 성장의 열매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의도적으로 유도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공평하지 못한 경제성장의 문제가 세계적 모임에서 거론되는 것은 이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압축성장의 대표주자격인 우리로서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당위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서 빈곤, 불평등의 심화, 환경악화 등을 지목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는 물론 비정부단체 등 모든 당사자들이 참여해 경제성장의 혜택을 차별 없이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정책적으로 그들을 우선 배려하는 한편 주택, 교통, 문화복지 등을 골고루 제공해 실질적 빈곤 감소와 기회균등이 실현되는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포용경제를 통해야만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지방정부-시민 간의 협력적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함을 강조한다.

‘해비타트Ⅲ’가 지향하는 글로벌시대의 세계적 흐름을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 현실과 연계하면 어떻게든 성장을 이룩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있지만 포용경제는 나중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 분배악화 문제를 개선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찾기 어렵고, 오히려 낙수효과에 기댄 재벌감세 정책, 무주택자를 울리는 집값 띄우기 정책 등 과거와 같은 방식의 불균형 경제성장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비타트Ⅲ’는 선언적 의미가 강하기도 하지만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감안하면 글로벌시대의 큰 흐름에 역행하는 경제정책은 한시바삐 종식돼야 마땅하고, 모든 국민이 수혜자가 되는 새로운 경제지평이 열려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해비타트Ⅲ’와 관련된 정부기관뿐 아니라 민간단체 등 포용경제의 실현을 바라는 모든 관계자들이 시대의 흐름과 우리나라의 실정에 적합한 새로운 포용경제 정책 모델을 개발하고 실행시키는 데 더욱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김재익(계명대 교수·도시계획학과)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