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하얀 헬멧 기사의 사진
이 도시의 별칭은 죽음의 도시, 생지옥, 도살장이다. 통폭탄(barrel bomb), 집속탄, 염소가스 화학탄 등 국제협약으로 금지된 폭탄이 수시로 민간인 밀집지역에 떨어진다. 건물 전체를 흔적 없이 만들어 버리는 벙커버스터도 사용된다. 적십자·적신월 표지가 선명한 병원도 무차별 폭격을 받는다.

지금 이 도시에서 영화(榮華)와 낭만을 상상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도시는 유라시아대륙 교역의 중심지로 1000년 이상 번영을 누렸다. 비단길의 서쪽 종착역이었던 이곳을 통해 아시아의 진귀한 물품이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으로 흘러갔다. 중동에서 보기 드문 다원주의와 종교적 관용의 오아시스가 이 도시였다. 스페인에서 박해받은 유대인과 터키의 인종학살을 피해 온 아르메니아인 기독교인들이 아랍인들과 평화롭게 공존했다. 터키 접경 시리아 북부에 있는 이 도시의 이름은 알레포다. 6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의 최대 격전지다.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나 경기가 열린 듯한 이곳에 인간의 선함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있다. 민간 구조대인 시리아 민방위대(SCD), ‘하얀 헬멧’이다. 모두 자원자들이다. 2013년 알레포 출신 25명으로 시작했다. 터키로부터 지원받은 헬멧 색깔 때문에 이 이름을 갖게 됐다. 이제 3000명으로 불어난 이들은 시리아 전역에서 6만2000명을 구했다. 사실상 모든 공공서비스가 사라진 이곳에서 이들은 유일한 희망이다. 그간 165명의 대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8월 폭격 잔해 속에서 무표정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진으로 세계를 울린 ‘알레포 꼬마’를 구한 것도 이들이었다. ‘한 명의 목숨을 살리는 것은 전 인류를 구하는 것과 같다’가 좌우명이다.

하얀 헬멧은 러시아·시리아 정부군 등의 공격으로 파괴된 구호장비와 구급차를 교체하고 부상당한 대원들을 치료하기 위해 100만 달러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홈페이지(www.whitehelmets.org)를 통해 기부할 수 있다.

글=배병우 논설위원,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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