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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정환] 쌀 문제, 결단해야 할 때다

“쌀값 떠받치기 그만두고 고정직불금 폐지, 변동직불금 합리화로 농가소득 보전을”

[시사풍향계-이정환] 쌀 문제, 결단해야 할 때다 기사의 사진
쌀값 하락이 농정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자 정부는 수요량 추정치 390만t을 초과하는 물량을 모두 시장격리한다고 발표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대책을 추진해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정부 창고에 재고만 쌓였듯이 올해도 쌀값 하락은 막지 못하고 재고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내년 어느 때쯤 10만t당 1500억원의 농업 예산을 쏟아부어 주정이나 사료용으로 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쌀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줘서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생산조정제를 하자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직불제와 시장격리를 통해 결과적으로 생산을 장려하면서 한편으로는 벼를 재배하지 말라고 보조금을 주는 모순된 정책을 동시에 펼치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없다.

일부에서는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해 농업진흥지역을 축소하자고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농지가 너무 많아서 생긴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은 세계에서 제일 작을 만큼 농지자원이 부족한데 부족한 농지가 쌀 생산에만 너무 많이 투입되고 있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농지가 수요에 맞게 이용될 수 있는 체제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매 제도를 폐지해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은 살리고 변동직불제를 도입해 농가의 급격한 소득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2004년 양정 개혁에 버금가는 결단을 해야 한다.

먼저 공공비축이든 시장격리든 수확기 쌀값을 떠받치는 시도에서 정부가 분명히 손을 떼야 한다. 그래야 과잉 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재고 처분을 위해 농업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가격 지지에서 손을 떼는 것은 직불제가 실질적인 소득안정 효과를 발휘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두 번째 해야 할 일은 변동직불제의 목표가격을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하는 방안을 마련해 소득보전과 수급균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법에 정해진 직전 5개년 평균가격은 실질소득 보전 효과가 너무 약하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목표가격을 높이기만 하는 건 과잉 생산을 자초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 변동직불금이 전국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되므로 가격 하락률이 높은 지역에선 소득보전 효과가 낮아지고, 이런 지역의 농가는 변동직불제가 있음에도 가격 지지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별 가격하락률 차이를 반영해 소득보전 효과가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게 하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는 변동직불금을 받으려면 반드시 그해에 벼를 심어야 하는 조건을 풀어서 변동직불제가 생산을 장려하는 효과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도 1973년 가격 지지 정책을 폐지하고 처음 변동직불제(부족분지불제도)를 도입했을 때는 우리와 같은 방식이었다. 하지만 과잉생산 요인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1985년부터 그해 재배작물은 물론 휴경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하도록 했다.

끝으로 고정직불금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이는 ha당 100만원을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이어서 변동직불금 이상으로 쌀 생산 유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고정직불금이 늘면 변동직불금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에 고정직불금은 농가소득 보전 효과가 거의 없다. 소득 안정 효과는 없으면서 과잉생산 유인이 되고 있는 고정직불금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개혁에 농가, 정치권, 예산 당국 등이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쌀산업은 이 강을 건너야 하고, 그것이 결국 농가를 위하고 예산을 아끼는 길임은 분명하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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