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41> 축제와 정치인 기사의 사진
정조대왕 능행차 모습. 수원시 제공
지난 8∼9일 이틀간 진행됐던 정조대왕 능행차는 다양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축제였다. 조선시대 능행차 모습을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해 역사·교육적 가치를 살렸다. 도시와 도시를 넘나드는 국내 최대 공동체적 인문축제로도 손색이 없다. 첫해니만큼 운영상의 미비점이 다수 발견되긴 했지만 이 정도 성과라면 정조대왕도 큰 상을 내리지 않았을까.

그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신선한 변화가 있었다. 축제 속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달라진 모습이다. 사진 속 인물들은 사극 배우들이 아니다. 능행차가 도착하기 두 시간 전부터 까슬까슬한 턱수염을 붙이고 무사 분장을 하며 축제를 즐기던 수원시장과 시의원들의 모습이다. 착용한 의상은 구군복이라 하여 조선시대 무관들이 입던 군복인데 여성 의원들조차 망설임 없이 깜짝 변신을 시도했다. 근엄함을 내던지고 기꺼이 사극 분장을 하고 나타난 친근한 정치인의 모습에 시민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축제 속 정치인이 언제부터 이런 환대를 받았던가. 해외에서는 이런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의 배경 도시인 독일의 하멜른에서는 도심관광 인문콘텐츠 개발 차원에서 그림형제의 동화를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연극으로 꾸몄는데, 극 중 지주 역할을 지역 정치인들이 돌아가며 맡아 친근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유럽에서는 정치인들이 이름을 숨기고 일반 화가나 연주자로 축제에 참가했다가 뒤늦게 정치인임이 밝혀져 주목을 받는 일도 흔하다.

한국은 지역축제의 재정적 독립에 대한 노력이 늦은 탓에 관 주도, 관 의존도가 유례없이 높은 나라다. 그만큼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는 곧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지기 쉽다. 망가지는 연예인이 이유 없이 친근하듯 축제에서만이라도 정치인이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축제 속 정치 풍속도가 변화하고 있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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