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친구 기사의 사진
영화 ‘친구’에서 준석은 죽마고우였던 동수에게 해외에 나가 있을 것을 권한다. 그러나 조직을 배신하고 다른 조직의 행동대장이 된 동수는 친구의 호의를 거절하며 그 유명한 대사를 남긴다. “니가 가라. 하와이.” 동수는 무참하게 살해됐고 준석은 모든 책임을 지며 친구에게 속죄한다. 비록 조폭의 우정이었지만 800만명 넘는 관객이 감정이입을 했다.

현실에서의 이 둘도 ‘사건’이 터지기 전까진 친구였다. 사업이 크게 성공한 친구는 공직에 몸담고 있는 친구에게 자기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줘 1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게 해줬다. 친구와 그 가족의 괌과 싱가포르 여행경비도 댔다. 김정주 NXC 대표와 진경준 전 검사장 얘기다. 하지만 진 전 검사장이 불어난 재산으로 꼬투리가 잡혀 구속되자 우정은 금세 사라졌다.

엊그제 재판정에서 김 대표는 주식 매입비 4억2000만원이 빌려준 돈이었지만 ‘검사’여서 돌려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회사 명의로 제공한 고급 승용차도 진 전 검사장이 요구했고 여행경비 역시 먼저 지원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30년 우정에 금가는 소리가 나오는 동안 진 전 검사장 측은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을 유일한 친구라고 불렀다. 1991년에는 퇴근 후 야간스키를 함께 타러 다니기도 했다”고 항변했다. 김 대표가 검사 친구에게 청탁을 한 이메일도 공개됐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직자 등’이 포함되면 친구끼리도 못 만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돌고 있다. 하지만 법 취지는 부정한 청탁을 하지도, 들어주지도 말자는 데 있다. ‘김정주-진경준’ 사이만 아니면 괜찮다는 얘기다.

지난 주말 대학교수 등이 낀 30년 지기 고교 동창들을 ‘용감하게’ 만났다. 두세 달 간격으로 모이는데도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밤 늦게까지 잔을 주고받았다. 삼겹살과 소주 등 식사 비용은 집안에 경사가 있었던 친구가 냈다. 다음날엔 SNS로 서로의 위장을 챙겼다. 이게 바로 진짜 친구 아닐까.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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