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복음주의 기독인들 “트럼프, 찍어? 말어?”

‘낙태·동성애 반대’ 대변하는 공화당 전통적 지지층임에도 트럼프 ‘음담패설’에 등 돌려

美 복음주의 기독인들 “트럼프, 찍어? 말어?” 기사의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2일(현지시간) 연설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 유세장에 도착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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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를 표방해온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혼란에 빠졌다. 보수 성향인 이들은 전통적으로 낙태 및 동성애 반대, 종교자유 등을 대변해온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음담패설 발언이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자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트럼프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하베스트바이블교회 담임이자 트럼프의 ‘복음주의 자문위원회’ 위원인 제임스 맥도날드 목사는 최근 “트럼프의 발언이 외설적이고 저속하다. 여성 비하 발언은 남자에게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며 “트럼프의 사과와 여성에 관한 의미 있는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자문위원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온 복음주의 신학자 웨인 그루뎀도 “그동안 트럼프 후보에 대한 일련의 주장을 귀담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며 트럼프 지지를 철회했다.

기독교인 여성들도 트럼프에 대해 혐오와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인기 성경 강사인 베스 무어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고 성적인 눈길에 당황스러웠으며 야유를 받았고 외설적 말을 들어야 했던 여성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마치 여성들이 그걸 좋아했던 것처럼 말한다.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고 썼다.

기독교 작가 필립 얀시도 지난달 말 한 기독교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모든 신앙인들이 영웅으로 믿는 이들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후보를 그토록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기독교인들은 트럼프의 정책과 행동이 기독교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크리스천 지도자들은 트럼프 후보의 음담패설 자체는 비판하면서도 정책이 우선이라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 전 경선 후보였던 벤 카슨은 한 기독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 역시 트럼프 발언은 불편하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어떤 후보가 낙태를 반대하며 생명을 존중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제리 폴웰 2세나 제임스 돕슨 목사 등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빌리그레이엄전도협회 프랭클린 그레이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11년 전 했다는 막돼먹은 트럼프의 발언은 방어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의 비기독교적 진보 아젠다 역시 방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미국 정치를 위해 책임 있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혼란으로 인해 미국 목회자 가운데 40%는 다음 달 8일로 다가온 투표에서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 설문조사 기관인 ‘라이프웨이 리서치’는 목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목회자 40%가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밝혔다. 나머지 32%는 도널드 트럼프, 19%는 힐러리 클린턴, 4%는 자유당 게리 존슨을 지지했다. ‘퓨 리서치’가 지난 6월 조사해 공개한 “백인 복음주의 선거권자들의 78%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질 것”이란 결과와 비교할 때, 기독교인들의 공화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다만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이번 조사에서 목회자의 88%가 “투표행위는 그리스도인의 성경적 책임”이라고 응답해 투표 의지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글=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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