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노숙자 같은 사회적 약자 정죄 대신 사랑을

영화 ‘한강블루스’로 6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이무영

미혼모·노숙자 같은 사회적 약자 정죄 대신 사랑을 기사의 사진
이무영 감독은 “한국사회에 점점 함께 잘 살자고 하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있다”며 “크리스천만이라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보연 인턴기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의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이무영(본명 송충섭·52)씨가 6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한강블루스’의 기획과 각본,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한강변에서 노숙하는 네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봉만대 감독과 배우 기태영 김정석 김희정이 출연했다.

지난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이 감독을 만났다. 이 감독은 “반갑습니다. 크리스천들이 보고 함께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소수자에 대한 기독교적인 시각이 담겨 있어요. 절망 속에 있지만 서로 화합해서 공동체적인 선을 이루는 회복을 그렸습니다.”

영화 속에는 자살을 시도하는 신부, 갓난아이를 실수로 죽게 해 그 충격으로 집을 나와 노숙인이 된 의사, 임신해서 배가 부른 채 가출한 10대 소녀, 남자인데 여자 옷을 즐겨 입는 복장도착자가 등장한다.

이 감독은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신다”며 “주인공들의 회복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신부는 죽으려고 한강다리에 섰는데 노숙인을 만나 목숨을 구해요. 그리고 자신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웃으며 살아내는 사람들을 보고 일상을 공유하며 점차 치유가 됩니다.”

영화는 대안가족이란 키워드를 담고 있다. 복장도착자 아버지는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는 사람들과 살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미혼모도 마찬가지다. 친부모는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지만 노숙인들을 삼촌삼아 울고 웃는다. 미혼모가 낳은 아이는 노숙인 가족에게 입양된다.

앞서 이 감독은 김상중 김흥수 유인영 주연의 영화 ‘아버지와 마리와 나’(2008)에서도 혈연으로 묶여 있지 않은 가족공동체를 그렸다.

“우리나라는 혈연 중심의 공동체입니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졌고 대안가족의 범위를 충분히 넓힐 수 있는 환경인데도 여전히 입양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죠. 대안가족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고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라고 하는 크리스천들 역시 입양에 대해 소극적인 건 마찬가지고요. 그런 의미에서 신애라 차인표 부부는 참 그리스도인으로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크리스천인 신애라 차인표 부부는 2005년과 2007년 두 번에 걸쳐 공개 입양한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이 감독은 미혼모,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정죄의 시선을 보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크리스천들이 가끔 ‘너 그러다 지옥 간다’는 말을 하는데 정말 무서워요. 그 지옥이라는 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그렇게 내뱉는지 섬뜩해요. 주님은 사랑이시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눈물 흘리시고 애쓰셨어요. 그런데 크리스천들은 함께 아파해주는 게 아니라 정죄부터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목회자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이 감독은 현재 경기도 분당구 사랑과 은혜교회(정원준 목사)에 출석하고 있다. 아내가 봉사하는 작은 규모의 수원시 영통구 함께하는 교회(정운철 목사)도 섬기고 있다. 혼자서 주일 예배 참석이 어려운 요양원 환자를 돕기 위함이다.

“함께하는 교회는 성도가 80여명인데 30명 이상이 요양병원에서 오는 아픈 사람들이에요. 치매에 걸린 노인이나 휠체어 타고 오는 사람들. 이분들을 모시고 와서 예배를 같이 드리고 식사를 대접하고 다시 태워드려요. 목사님과 성도들의 섬김이 귀해요. 하지만 교회는 재정적으로 힘들죠.”

이 감독은 대형교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회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속한 가정, 교회, 공동체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것.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한국교회가 누구를 구제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돼요. 대형교회, 조금 더 윤택한 삶을 사는 크리스천들은 그렇지 않은 이웃과 나눠야죠. 실천하지 않는 이상 위선적인 크리스천일 수밖에 없어요.”

글=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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