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75> 노래가 문학이 되다 기사의 사진
가수 밥 딜런
미국의 포크가수이자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밥 딜런(본명 로버트 앨런 지머먼·1941)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시, 소설 등 전통적인 문학을 견지해 온 작가가 아니라 자작 가수에게 노벨 문학상이 주어진 것이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파격적인 선정이었다.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허문 혁명이다, 묵묵히 한길 걸은 작가들에게 허탈을 안겼다’는 이견이 쏟아졌다. 노벨 문학상 115년 역사상 대중음악 가수가 이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세상은 떠들썩했지만 그는 초연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이 발표되던 당일에도 그는 자신의 공연 무대에서 수상에 관련된 소감을 언급하지 않았다. 6년 전 내한 공연 무대에서도 고맙다는 말 이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Knocking on Heaven’s Door)’와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은 밥 딜런의 대표곡이다. 은유적인 노랫말은 시적이다. 유려한 선율에 얹힌 가사는 심금을 올렸다. 아마도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 작품을 가장 많이 탐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의 노래들은 당대 사회상을 시적으로 담아냈다. 담담하게 그려낸 저항의 노랫말은 시민운동권을 대표하는 곡이 되었으며,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저항의 표상이 됐다. 한국 학생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의 배경에는 ‘예술의 융합’이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 문학과 음악,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등 예술 장르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바로 그런 연유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이다. 활자에 머무르는 예술은 사명을 다할 수 없다. 공유하고 싶은 가치의 예술은 고여 있을 수 없다. 장르와 장르를 뚫고 풀처럼 자생한다. 예술의 고귀함보다 예술의 공유가 더 아름다운 가치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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