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블랙리스트와 예술지상주의 기사의 사진
가수 밥 딜런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던 날 한국에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한창이었다. 이와 관련해 1960∼70년대 반전운동의 아이콘이었던 딜런이 한국에 있었다면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것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사실 딜런의 대표곡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비롯해 여러 곡이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금지곡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딜런을 비롯해 해외 아티스트들 가운데는 자국 정부를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문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대선을 보더라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을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는 리버럴하고 진보적 성향이 강한 곳으로 대대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물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공화당 지지자도 있지만 이번 대선만 봐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 등 수많은 스타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내거나 직접 모금운동에도 나섰다.

최근 한국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관련 선언이나 선거 때 문재인·박원순 후보 지지에 이름 올린 사람이 많다. 정부는 그런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예술가들이 ‘본업인 예술이나 하지 왜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로 그동안 적극적으로 정치 성향을 드러낸 예술가에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그러나 예술가에게 인간의 삶과 사회적 현실에 거리를 둔 채 오로지 순수한 예술만을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예술지상주의가 문제가 아닐까. 게다가 요즘엔 예술을 가치중립적인 미학으로 보는 것 자체도 불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정치적인 예술 및 예술가가 아니라 나쁜 정치에 부역하는 예술 및 예술가다.

글=장지영 차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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