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김진홍칼럼

[김진홍 칼럼] 석 달 넘도록 ‘사드 당론’ 없는 더민주

“국가와 국민의 안위와 직결된 안보 문제만큼은 정략적으로 접근해선 안 돼”

[김진홍 칼럼] 석 달 넘도록 ‘사드 당론’ 없는 더민주 기사의 사진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점이 지난 7월 8일이다. 90여일이나 흘렀다. 지금은 미르·K스포츠 재단 등의 문제로 가려져 있으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사드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제3의 부지가 발표됐음에도 북한 위협에 맞선 자위적 조치로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쪽과 사드 배치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엔 정치권 책임이 크다. 사드 갈등을 녹여내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정치공학에 흠씬 빠져 있는 탓이다. 민감한 현안이 발생하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향후 선거에서 표를 더 얻을 수 있을지부터 계산하는 나쁜 버릇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실제로는 ‘지지자들’만 대변하면서도, 말로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처럼 포장한 채 이전투구로 소일하고 있는 게 정치권의 현주소다.

여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우유부단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지금껏 당론이 없다. 사드 반대 당론 채택을 당대표 경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추미애 대표마저 “(당론 결정에) 데드라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제1야당이 취해야 할 자세인지 씁쓸하다.

여기엔 더민주의 실질적 오너인 문재인 전 대표 영향이 크다. 문 전 대표는 3개월여 전 사드 배치가 발표된 직후 “사드 배치는 득보다 실이 더 많으니 결정을 재검토하라”며 사실상 반대 논지를 폈다. 당시 ‘조건부 찬성론’을 내놨던 김종인 대표와 상충되는 견해여서 당내에서 잠시 소동이 있었다. 이후 8월 8일엔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더라도 정부는 최선을 다해 중국을 설득하고 관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재검토’ 대신 ‘현실화되더라도’라는 표현을 써 출구를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그러더니 지난 11일 “사드 배치를 잠정 중단하고 북핵 폐기를 위한 외교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다시 반대로 기운 듯한 느낌을 준다. 오락가락 행보다.

정확한 속내야 모르겠지만, 이런 거 아닌가 싶다. 사드에 찬성하려니 지지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큰 데다 박근혜정부 손을 들어주는 꼴이니 탐탁지 않고, 반대하려니 북한 김정은만 기뻐할 거라는 역풍이 불 소지가 있고, 따라서 여론을 살피며 시간을 끌어보자는 것 말이다. 문 전 대표 진영에서는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주장하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문제 삼는 근거가 되고 있다. 사드 반대를 차기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자신이 있다면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는 게 옳다고 본다. 반대로 없다면 지금이라도 사드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앞으로도 어영부영 시간을 보낸다면 사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

안보는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국가와 국민 모두가 훅 갈 수 있는 중차대한 분야다. 김정은은 지금도 핵을 부둥켜안고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을 향해 “해볼 테면 해보자”고 흰소리를 치고 있다. 6차 핵실험 준비도 마친 상태라고 한다. 그 앞에 무방비로 서 있을 순 없는 일이다. 더욱이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낭만적 안보관’은 금물이다. 누구보다도 더 확고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사드 1개 포대 배치로는 부족하다. 경북에 1개 포대가 들어서니 호남에도 1개 포대를 배치하는 등 2∼3개 포대로 늘릴 것을 제안한다. 박근혜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이를 관철시켜라.” 문 전 대표와 더민주에 이런 담대함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