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엄마 어디있나요”… 하객도 하늘도 울었다

버스참사 김성렴씨 외동딸…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결혼식

“신부 엄마 어디있나요”… 하객도 하늘도 울었다 기사의 사진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사고로 숨진 이명선씨의 외동딸 김보라양의 결혼식이 16일 울산의 한 결혼식장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신부 측 부모가 앉아 있어야 할 혼주 자리(오른쪽 끝)에는 숨진 이씨와 이씨의 DNA 결과를 통보받기 위해 울산국화원으로 직행한 아버지를 대신해 보라양 작은아버지 부부가 앉아 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외동딸의 얼굴이 그렇게 슬퍼 보일 수 없었다. 일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자 행복해야 할 결혼식이었지만 딸은 그렇지 못했다.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금방이라도 쏟아질 태세였다. 울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건만 주례사가 이어지는 동안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가에 끝내 눈물이 맺혔다. 연신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신부의 고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고만 있던 하객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신부는 엄마가 너무 그리웠다. 자신을 무척 사랑해주었던 엄마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엄마는 혼주 자리에 없었다. 작은아버지 부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지난 13일 울산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사고가 엄마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시속 106㎞로 달리던 버스의 화마(火魔)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아버지는 이날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울산국화원으로 향했다. 아내의 유품을 확인하고 DNA 감식 결과를 통보받기 위해서다. 딸의 결혼식도 보지 못한 부정(父情)이 오죽하겠냐는 하객의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김성렴(63·부상)씨와 아내 이명선(59·사망)씨 부부는 딸의 결혼식에 기대가 컸다. 그래서인지 중국 장자제 4박5일 여행에서도, 관광버스에 올라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부부는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의 1979년 6월 입사 동기 모임인 ‘육동회’ 회원들에게 딸과 사위를 자랑했다. 그만큼 일요일 결혼식에 들떠 있었다. 숨진 이씨는 사고가 나기 불과 20분 전 휴게소에서 “이번 여행의 해단식은 우리 딸내미 결혼식 날 하자”고 했다고 한다. ‘6월에 입사한 동기’를 줄여 이름을 지은 ‘육동회’ 회원 8명과 배우자 6명 중 절반(7명)이 이번 사고로 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딸의 결혼식을 불과 사흘 앞두고 어머니도 이 비극에 포함된 것이다. 부부의 지극한 딸 사랑을 아는 사람들은 섣불리 위로를 건네지도 못할 정도로 애절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울산의 한 결혼식장에서 열린 이날의 결혼식이 딱 그랬다. 이날 결혼식은 신랑신부의 가족들 간 회의를 통해 한때 어머니 장례식 이후에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스케줄상 할 수 없이 이날 진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딸의 결혼식을 예정대로 하자고 적극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하와 웃음이 가득한 다른 결혼식과 달리 김씨 외동딸의 결혼식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신랑 측에서는 부모가 나와 손님을 맞이했지만 신부 측은 김씨의 친동생 부부가 하객을 맞이했다. 신랑신부가 같이 입장하면서 결혼식은 시작됐다. 팔짱을 한 예비신랑과 신부의 발걸음은 매우 무거워 보였다. 주례는 신부 측 부모가 자리를 못 지킨 것에 대해 김씨를 대신해 하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10여분 만에 끝난 이날 결혼식에는 중국여행을 가지 않았던 ‘육동회’ 회원 3명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육동회 회원 가족인 김모(40)씨는“딸(보라)이 아버지 어머니 없이 쓸쓸하게 결혼식을 치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신랑의 한 친구는 “큰 경사를 앞두고 슬픈 일이 있어서 신랑도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하객들도 “딸과 부부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지경”이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결혼식’이어서인지 하늘도 눈물을 흘리듯 많은 비를 세차게 뿌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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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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