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재정신청 기사의 사진
올해는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30주년이 되는 해다. 1986년 6월 발생한 이 사건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의 대표적 인권탄압 사례다. 당시 서울대 재학 중 노동현장에 위장취업했던 권인숙(당시 22세)씨는 부천서에서 위장취업과 무관한 5·3 인천사태 주동자의 행방을 캐묻는 형사 문귀동으로부터 변태적 성고문을 당한다. 권씨가 인권변호사들의 도움을 얻어 고소했으나 사건 은폐에 급급한 검찰은 “성고문은 날조”라며 문귀동을 불기소 처분한다. 이에 반발한 변호인들이 법원에 제기한 게 재정신청이다. 하지만 당초 사법부도 외면했다. 그러다 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88년 2월에야 대법원이 재정신청 재항고를 받아들였고, 결국 문귀동은 징역 5년을 선고받게 된다.

진실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재정신청이라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정신청은 고소나 고발이 있는 특정범죄사건을 검사가 불기소 처분했을 때 이에 불복해 그 당부를 가려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사법적 통제 장치다. 고등법원은 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되면 공소제기 결정을 한다.

선거범죄의 경우에는 특정후보를 고소·고발한 상대방 후보자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재정신청을 낼 수 있다. 선관위가 재정신청권을 손에 넣게 된 건 2000년 2월 선거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선관위는 그해 16대 총선에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고발한 민주당 김영배 의원 등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자 처음으로 재정신청을 제기해 법원의 인용을 받아냈다.

20대 총선 선거사범에 대해서도 선관위가 재정신청권을 행사했다. 고발한 의원 12명 중 새누리당 친박계인 김진태 염동열 의원 2명만 빼고 검찰이 기소하자 이에 불복해 지난주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낸 것이다. 검찰은 유권자 등 9만여명에 허위사실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과 관련해 ‘허위인 줄 몰랐다’는 해명(김진태)을, 재산 19억여원을 5억여원으로 축소 신고한 건 ‘단순한 실수였다’는 해명(염동열)을 순순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참으로 이유가 군색하다. 그러면서 외견상 이보다 더 혐의가 가벼운 야당 의원들은 기소했다. 선관위는 물론 야당과 비박계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에선 뒷말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그러니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검찰이 자존심마저 내팽개치고 외줄을 타고 있는 것 같다.

박정태 논설위원,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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