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신성환] 美 보호주의에 대비해야 기사의 사진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수출이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세계 교역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내수 활성화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상품시장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다양한 형태의 자유무역협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글로벌 교역 구조 하에서 내수만 지향하는 경제는 장기적인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인구 고령화 및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수출 증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유효수요 부족으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내수 시장이 큰 주요 국가들조차 해외 시장을 통해 수요를 확보하고자 적극적으로 수출 증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는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 정책과 더불어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2008년 워싱턴 정상회의와 2009년 런던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무역에 대한 새로운 장벽 설치를 금지(standstill)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글로벌 저성장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현 상황에서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성장이 지속되면 정치적으로 보호주의적 조치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수입규제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는 모두 기존 무역협정의 재검토, 환율 조작국 제재 등 강력한 보호주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대선 국면에서 이뤄지는 보호주의 공약은 득표를 위한 포퓰리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년과 내년에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러면 달러 강세가 초래돼 미국의 경기 회복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보호주의 공약은 선거용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제재 대상국으로는 독일 멕시코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수출 확대보다는 유가 하락 및 수입 감소에 주로 기인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7%대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환율 조작, 지적재산권 침해 등과 같은 이유를 들어 미 정부가 제재에 나설 우려가 있다.

이처럼 환율 등 글로벌 통상 환경이 우리 경제에 불리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변화가 우리 경제에 줄 수 있는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금융 부문에서는 자본 유출과 그로 인해 촉발될 수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실물경제 부문은 불리한 통상 환경이 전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주요국 경제가 지속되는 수요 부진 탓에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각국은 경쟁적으로 보호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요국의 보호주의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조치를 정비하는 한편 보호주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상품을 개발하며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밸류 체인에 적응하는 등 수출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가는 노력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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