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국가정보원장 김만복 기사의 사진
신문지상에 그가 또 등장했다. 이번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통해서다. 잊혀질 만하면 다시 나타나는 그는 전 국가정보원장 김만복이다. 2006년 1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는데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안기부를 통틀어 첫 내부 승진 케이스였다.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이후 각종 잡음의 한복판에 섰다.

우선 ‘선글라스 맨’ 사건. 2007년 9월 아프간 탈레반에 납치됐던 한국인들이 석방됐는데 협상을 벌였던 선글라스를 쓴 국정원 요원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정보수장이 신분을 감춰야 하는 ‘블랙’을 언론에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을 샀다. 또 고향인 부산 기장군민들을 국정원에 초대했고 기장중 동창회장을 맡아 동창회 홈페이지에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해 대선 직전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평양에서 만나 “이명박 후보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말한 그는 방북 대화록이 유출되면서 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기행(奇行)’은 멈추지 않았다. 2010년 10월 책을 냈다가 친정으로부터 직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당했고 2012년 총선에 출마하려다 사전선거운동 논란으로 포기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노무현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그가 새누리당에 팩스로 입당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송민순 회고록에는 유엔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시 김 원장이 “남북채널을 통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나온다. 대북 교류를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이 아니고 간첩을 잡아야 하는 국정원장이 먼저 꺼냈다는 얘기다. 정보기관은 군과 함께 국가의 최후 보루로 여겨진다. 17일 국회가 김 전 원장을 정보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려다 무산된 데에는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뭔 말을 할지 몰라 모두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엊그제 국정원 간부에게 “또 김만복 원장님이 등장했네요”라고 말을 붙여봤다. 수화기 너머로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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