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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기수] 헌법재판소로 간 보톡스

보톡스 시술 둘러싼 피부과-치과 법정싸움… 정부, 이해관계 충돌 법규 서둘러 정비해야

[내일을 열며-이기수] 헌법재판소로 간 보톡스 기사의 사진
피부과의사와 치과의사 간 직역(職域) 다툼이 급기야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받게 됐다. 대한피부과의사회가 18일 오후 ‘치과의사 안면 시술 허용 규정’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피부과의사들은 대법원이 지난 7∼8월, 한 달 사이에 ‘치과의사도 얼굴에 미용 목적의 보톡스 주사나 레이저 시술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내린 이후 계속 반발해 왔다.

대법원은 치과의사의 불법진료 논란을 낳은 보톡스 주사 등이 의사만의 고유 업무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이 치과의사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구강악안면외과를 치과 영역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 치과 의료행위에는 사회 통념상 치아와 구강, 턱뼈, 그리고 턱뼈를 둘러싼 안면부에 대한 치료뿐 아니라 정형외과나 성형외과의 진료 영역과 겹치는 안면부 골절상 치료나 턱 교정수술 등이 포함된다는 점, 대부분의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보톡스 시술 등에 대해 교육하고 있고, 치과의료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한마디로 치과의사가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 주사 등을 시술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피부과의사들이 “현행 의료법상 면허 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이유다. 특히 김방순 대한피부과의사회장은 “치과대학에서 (얼굴) 피부와 관련된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치과의사의 미용 시술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논리는 말이 안 된다. 의과대학에도 치과 교육과정이 있으므로 의사가 치과 진료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냐”고 항변했다.

반면 치과의사들은 “치과 진료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며 “전문 직능인으로서 좀 더 사려 깊고 신중한 대응이 아쉽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남섭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법적으로 봐도 의료법 제2조에 치과의사의 업무 범위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 중 ‘치과의료’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41조에 나오는 치과의 10개 전문 진료과목들로 봐야 하며, 그 가운데 하나인 구강악안면외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구강과 악(턱), 그리고 안면(얼굴)이 주된 진료 영역”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각 직역의 의료인이 자신의 면허에서 허용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불법으로 간주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피부과의사와 치과의사 간 직역 다툼도 5년 전 이 규정을 근거로 한 고발로부터 시작됐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누구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최근 들어 피부과의사와 치과의사뿐 아니라 의사와 한의사도 의료기기 활용 문제로 자주 다투고 있다. 이는 그만큼 정부가 중재자, 또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의미다. 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고 있으니 다들 ‘법대로’를 외치며 법정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양측이 목을 매는 그 법규도 모호한 구석이 많아 분쟁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정부가 시대 변화에 맞춰 이해당사자 간 협의 및 조정을 통해 미리 손질하지 못한 데에 원인이 있다. 정부는 직역 간 의료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법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고도의 전문성을 활용해 판단하고 시행할 일이 법정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비극이다. 악법도 법이라고 하지만, 그 악법을 고치지 않고 방치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더 나쁘다고 본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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