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CCTV다큐로 부활한  시진핑시대 인민재판 기사의 사진
“이런 종말은 꿈꿨던 게 아닙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부패관리를 혐오했지만 결국 내가 탐관이 되고 말았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비애를 느낍니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이후 현역 성 당서기로는 처음으로 비리 때문에 낙마한 저우번순 전 허베이성 당서기는 카메라 앞에서 참회했습니다.

중국 관영 CCTV가 사정·감찰을 담당하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공동 제작한 반(反)부패 다큐멘터리가 중국 전역에 방송되고 있습니다. 17일 시작해 24일 끝나는 8부작 시리즈의 제목은 ‘영원히 계속된다(永遠在路上)’입니다.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반부패’겠죠. 시 주석이 지난 7월 홍군 기념관을 참관하면서 언급한 “대장정은 영원히 계속된다”는 말에서 따왔습니다.

언론은 다큐 제작팀이 ‘부패 호랑이’ 사건 40여건과 관련해 22개 지역에서 국내외 학자와 기율검사위 감찰관 70여명을 직접 취재했다고 전합니다. 저우번순을 비롯해 바이언페이 전 윈난성 서기, 리춘청 전 쓰촨성 부서기 등 부패로 낙마한 10여명의 성부급(장관급) 이상 고위관리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저우번순은 애완동물만 책임지는 ‘보모’를 따로 두는 호화생활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공산주의자로서 무신론자이면서도 기르던 거북이가 죽자 불교식 장례를 치렀다는 폭로도 이어졌습니다. 리춘청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죄를 뉘우치고 인터뷰 도중 눈물을 쏟았습니다. 궈보슝, 쉬차이허우, 저우융캉, 보시라이 등 줄줄이 낙마한 과거 시 주석의 정적들이 재판대에 선 모습도 등장합니다.

관영 CCTV가 허투루 이런 방송을 만든 게 아닙니다. 8부작 다큐가 끝나는 날 공산당 6중전회(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가 시작합니다. 6중전회는 시 주석 집권 2기의 윤곽이 드러날 내년 19차 당대회의 전초전입니다. 벌써부터 파벌 간 권력 투쟁의 소문이 흘러나옵니다.

시 주석은 반부패가 계속된다는 메시지로 당과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아비판과 공개적인 망신 주기를 통해 반대파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은 마오쩌둥이 수시로 쓰던 권력 유지 방법이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통치방식은 시간이 흘러도 변화가 없습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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