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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총장 전격 사퇴… 상처뿐인 梨大

사태 해결 물꼬 텄지만 의혹 여전

최경희 총장 전격 사퇴… 상처뿐인 梨大 기사의 사진
이화여대 교수 100여명과 학생들이 19일 이대 본관 앞에서 ‘특혜입학 비리해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대 교수와 학생들은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의혹 당사자인 최순실씨 딸 특혜입학 의혹을 제기해 왔다.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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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최경희(사진) 총장이 19일 전격 사임했다. 이화여대 개교 130년 역사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총장이 임기 중에 물러나기는 처음이다. 최 총장 임기는 2018년까지였다. 최 총장은 교수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예고하자 시위 시작 1시간30분 전 이메일로 사임 소식을 알렸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논란’에도 꿋꿋이 버텼던 최 총장이지만 ‘최순실·정유라 사태’는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 7월 28일 학생들의 대학 본관 점거농성으로 이화여대 사태는 시작됐다. 학교 측은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포기했지만, 학생들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계속했다. 이화여대 사태는 권력의 ‘비선실세’로 지목되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 딸 정유라(20)씨의 입학·학사관리 특혜 의혹이 끊임없이 확산됐다. 결국 최 총장은 사퇴를 선택했고, 이화여대는 씻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최 총장은 이날 오후 2시쯤 사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더 이상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점거농성 중인 졸업생과 재학생들에게는 “본업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최 총장은 ‘정유라 특혜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입시와 학사 관리에 있어 특혜가 없었고 있을 수도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동안 이화여대에서 총장이 중도 사퇴한 사례는 없었다. 1990년 정의숙 총장이 임기를 1년 앞두고 사임한 적은 있지만 당시엔 학교 발전을 위한 ‘용퇴’ 성격이 강했다.

교수협의회는 이날 예정대로 시위를 진행했다. 대학 본관 앞에 교수 100명과 학생 5000여명이 모였다.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결연한 시위가 아니라 축제 분위기였다. 학생과 교수들은 ‘해방이화 비리척결’을 외치면서 교내를 행진했다. 교수협의회 김혜숙 공동회장은 “최 총장 사임 소식이 충격적이었지만 한편으론 기쁘게 받아들였다”며 “80일 넘도록 본관에서 농성 중인 학생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농성 학생들은 본관 점거 해제 시점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 총장이 사임했지만, 이화여대를 둘러싼 먹구름은 아직 걷히지 않았다. 최순실·정유라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교육부가 실태 조사에 착수하고 정치권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당장 교육부는 실태조사 이후에 감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논의에 따라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도입이라는 난관도 닥쳐올 수 있다. 이화여대가 정권 비선실세와 관련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0년 사학 명문으로서는 씻기 힘든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최 총장도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사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공동회장은 “정유라씨 문제는 아직 의혹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에 법적 검토가 이뤄질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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