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두 종류의 인간방패 기사의 사진
인간방패는 민간인이나 포로를 적군이 노리는 목표지점에 배치해 적의 공격을 억제하려는 비정규전의 하나다. 인간을 방패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비열하고 악질적인 전술이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장에 끌려다니기 때문에 비자발적 인간방패라고 할 수 있다.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사용됐다.

몽골 제국의 칭기즈칸은 점령지의 주민 일부를 살려 놓았다가 나중에 인간방패로 활용했다. 걸프전 때 궁지에 몰린 이라크군은 억류한 쿠웨이트인들을 군사시설의 방패막이로 배치했다.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 민병대는 나토군 공습을 막기 위해 유엔평화유지군 포로들을 나토군 공습 목표인 탄약저장소 쇠기둥에 묶어 놓았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모술에서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가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라크군이 모술 탈환전에 돌입하자 IS가 인간방패로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IS가 모술 주민 70만∼150만명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큰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전장에서 인간을 총알받이로 내모는 행위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 인간방패로 나서는 이들도 있다. 자발적 인간방패는 반전·평화운동을 위해 동원됐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에 대비해 결성된 ‘진실·정의·평화를 위한 인간방패’가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걸프전에 참전했다가 평화운동가로 변신한 케네스 니콜스 오키퍼가 2003년 만들었다. ‘인간방패프로그램(HSP)’ ‘이라크평화팀(IPT)’도 반전운동을 위해 인간방패를 사용했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영화 ‘300’에도 자발적 인간방패들이 나온다. 스파르타 전사 300명이 협곡에 진을 치고 페르시아 대군과 맞서 싸운다. 전투 초반 페르시아의 수많은 병사들은 인간방패를 뚫지 못하고 숱한 사상자를 내고 만다. 결국 스파르타 전사들이 최후를 맞이하지만 인간방패로 만들어진 견고한 철벽은 지금도 뇌리에 선하다.

염성덕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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