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말 바꾸는 종말론 기사의 사진
“이 전투는 그 전투가 아니다.” 지난주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트위터 계정마다 이런 글이 나돌았다. 터키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반군이 IS가 점령하고 있던 시리아 북부 다비크를 포위했을 때였다. IS는 2014년 전략적 가치라곤 없는 이 마을에 난데없이 들이닥쳐 검은 깃발을 꽂았다. 창설자 알 자르카위가 남긴 말 때문이었다. “이라크에서 시작된 불꽃은 알라의 뜻에 따라 계속 뜨거워질 것이다. 다비크에서 십자군을 태워버릴 때까지.”

IS는 다비크에서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다고 선전해 왔다.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에서 “로마 군대가 80개 깃발을 들고 와 다비크에 진을 치고 무슬림 군대와 최후의 전투를 벌일 때 세상의 종말이 시작된다”는 구절을 차용한 주장이다. 전투가 시작되면 마흐디(메시아)가 나타나 무슬림을 구원한다고 믿고 있다. 시골마을을 굳이 찾아가 점령했던 건 그 심판의 날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난 16일 다비크 전투에서 IS는 맥없이 패했고 이 마을을 반군에게 빼앗겼다.

IS 트위터는 여러 논리를 동원해 의미를 축소했다. “최후의 전투는 십자군과 벌이는데 서방 군대가 직접 오지 않았다” “깃발이 80개가 안 된다(IS는 ‘80개 깃발’을 최후 전투에서 맞설 적국 수로 해석한다)” “마흐디 조짐이 없다” 같은 이유를 들어 종말의 조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휴거 날짜를 못 박은 종말론 단체들이 정작 그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날짜가 틀렸다”며 정정하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

IS는 다비크를 점령할 무렵부터 ‘다비크’란 제호의 선전용 영어 웹진을 운영했다. 종말이 다가왔으니 칼리프의 국가(IS)로 오라는 내용을 주로 담았다. 올해 8월 15호까지 발행했는데 9월에 ‘루미야’란 웹진을 새로 만들었다. 아랍어로 ‘로마’란 뜻이다. ‘다비크’를 대신하는 매체로 추정된다. ‘루미야’ 1호는 서방 국가를 향한 직접 테러를 촉구했다. IS는 올 들어 스리랑카 면적만한 점령지를 잃었다. 다비크 종말론과 칼리프 국가 전략이 한계에 부닥치자 루미야를 통해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구축하려 한다. IS와의 전쟁은 그들로부터 되찾은 땅에 왜곡된 이념이 통하지 않을 평화가 정착돼야 비로소 끝날 듯하다.

태원준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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