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수돗물과 김선달 기사의 사진
수돗물. 픽사베이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떠올라 논쟁이 되고 있는 공공 영역의 민영화 문제들. 요즘은 수돗물 민영화가 뜨겁다. 민영화란 국가나 공기업의 재산을 민간 자본에 매각하고 운영을 민간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물은 가장 오래된 공공재인지라 세상 어디에도 강이나 하천을 소유한 개인이나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물 민영화에는 갈등이 야기된다. 조선 후기 배경의 설화 등장인물 봉이 김선달이 개인 소유를 주장하며 대동강과 그 물을 판 일이 풍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싶다.

선진국들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많은 우주선이나 탐사선을 타 행성으로 보낼 때 최우선으로 부여하는 공통 임무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물이나 얼음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왜 이런 흔적을 찾는 것일까? 이는 외계의 물과 얼음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함이 아니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물은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자 생명현상 유지에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물이 생명인 이유는 물의 분포에 따라 인류의 생존 영역이 설정되고,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분이 지속적인 물의 순환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간단하고 명료한 근거는 갓 태어난 아이가 학습이나 가르침 없이 본능적으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 사실은 물이 우리 삶에 본질적으로 연계된 물질 그 이상의 것임을 의미한다.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권리를 누구도 제한할 수 없듯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물을 마시는 것 역시 제한될 수 없다. 따라서 물 접근권은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데 요구되는 필수적인 기본권의 일부로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상수도 영역의 민영화는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든 정책으로 요금 폭등, 비위생적 물 관리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이는 물을 ‘공공재’가 아닌 ‘욕구재’로 보았기에 실패한 정책들이다. 깨끗한 물이 가져다주는 생명, 건강, 존엄은 남녀노소, 빈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이다. ‘민영화’란 이름의 21세기 김선달을 용인할 수 있을까? 물은 무엇이고 누구의 것인가. 물은 모든 국민 소유의 공동 자산이고 역사상 가장 오랜 공공재이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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