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모규엽] 개쇼군 기사의 사진
일본 에도막부(江戶幕府) 시대 때 일이다. 5대 쇼군(將軍) 도쿠가와 쓰나요시(德川綱吉)는 동물을 매우 사랑했다. 불교에도 심취한 그는 급기야 모든 생명의 살생을 금하는 법을 만들었다. 생류연민령(生類憐愍令)이다. 이 법은 동물을 다치게 하는 것까지 금지했다.

그러자 이상한 일들이 발생했다. 아들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제비를 잡은 사람이 벌을 받았다. 개들이 싸우는 것을 말리다 개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이 매를 맞았다. 모든 생명을 죽일 수 없으니 포수와 어부 등은 살길이 막막했다. 그래도 높은 분들은 예나 지금이나 괜찮은 모양이다. 고위층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법을 어기는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금이 지급되자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회가 돼버렸다. 결국 이 법은 쓰나요시가 죽자 곧바로 폐지됐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그에게 ‘이누쿠보’(犬公方·개쇼군)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2016년 가을. 한국에선 평생 법전만 파고든 한 백면서생이 제안한 법이 시행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이다. 여론은 매우 후한 점수를 준다.

그런데 꽃집은 울상이다. 한우시장 등 축산업은 얼어붙었다. 무엇보다 법 적용이 이상하다. 연인에게는 고가의 선물이 가능한데 선생님에게는 캔커피 하나도 안 된다. 어린이집에서 어린이가 생일파티를 하는 것은 괜찮은데 음식을 선생님과 나눠먹으면 법 위반이란다. 감사 표시로 4만5000원짜리 떡을 보낸 민원인이 법정에 선다. 높으신 분들이 이 법을 위반해 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캔커피법, 카네이션법으로 희화화되기 시작했다.

생류연민령은 그나마 규정이 명확했지만 김영란법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기성용의 아내인 배우 한혜진씨가 초대권으로 경기를 보는 것은 괜찮나. 스승의 날 때 카네이션 종이꽃은 되는데 생화는 왜 안되나.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글=모규엽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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