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76> 금이 간 작가의 얼굴 기사의 사진
작가 박범신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명성을 얻는다. 작품세계의 저변은 작가의 깊이와 지평을 한눈에 가늠하게 된다. 그렇게 쌓아온 작가의 길은 대중에게 흠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오로지 작품에 국한된 것이다. 작가뿐만 아니라 연기자나 뮤지션, 연출가 등도 마찬가지다.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입지를 쌓은 예술가가 스스로 업적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사건들이 도처에서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소설가 박범신(70)과 시인 박진성(38)이 성추문 사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박범신 작가와 함께 작업을 했다는 전직 출판 편집자가 트위터에 폭로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2년 전 일이 온라인을 통해 도마에 오른 것이다. 동석했던 여성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성적 농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작가가 자신의 소설 ‘은교’를 영화로 제작할 당시 주연배우에게 성 경험을 물은 사실을 말했다고 폭로했다. 네티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인 박진성도 미성년자를 포함한 작가 지망생 등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를 배우려고 연락을 주고받던 여성들에게 박 시인은 차마 입에 담긴 힘든 성희롱 발언을 하고 강제로 신체 접촉을 했다는 글이 의혹을 제기했다. 한 작가 지망생의 폭로 이후 여러 명의 피해자가 트위터에 박 시인의 성폭력을 고발해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박범신과 박진성 작가는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신속한 사과에도 대중은 우리 시대 지식인의 도덕적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문제의 작가들이 사과문을 올렸지만 일부 대중은 문학적 기교로 자기를 포장하는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직위를 이용한 간교한 행위는 예술계 전반에 걸쳐 이미 널리 퍼져 있다.

대중에게 유명 예술가들은 동경의 대상이다. 아울러 비난의 대상자로 존재하며 감시 역할도 동반한다. 작품과 인격이 동일시될 수는 없지만 언행이 얼마나 엄격해야 하는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교수)


*박진성 시인은 위 기사와 관련해 “성추행도 인정한다는 내용이 자신의 발언으로 소개됐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성추행을 인정한 적이 없다”고 2017년 9월 13일 알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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