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허상(虛像) 기사의 사진
명절을 맞아 편집국 차원에서 대선 민심을 듣고 보도한 적이 있다. 2007년 추석이었다. 선거권을 부여받은 이후 총·대선을 막론하고 30여년 세월 동안 민주당 계열 후보만 찍어온 형이 다른 선택을 하겠다고 했다. “왜요? 그 후보가 맘에 들어요?” “아니 딱히 그런 것은 없는데 그래도 경제 하나는 확실하게 할 거 같아서.” 당시 사업이 어려웠기 때문인지 형은 한나라당 이명박(MB) 후보가 당선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7·4·7’(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강국 도약) 공약은 대기업 CEO 경력과 맞물려 큰 파괴력을 발휘했다. ‘다른 건 몰라도 경제는 MB가 낫다’는 이미지는 전통적 야당 지지자들도 빨아들였다.

바다 건너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상(像)이 하나 있다. MB와 비슷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다. 여러 자유무역협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 저학력 백인들에게 거부(巨富)인 트럼프가 일자리를 챙겨주고 먹고 살게 해줄 적임자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역시 직전까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었다. 그러다보니 메가톤급 추문이 터져도 트럼프의 전국 지지율은 지난 7월 이후 35%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음담패설 동영상으로 언론과 전문가들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당선을 예상하고 있지만 힐러리 측이 여전히 ‘숨어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우려하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한번 고착된 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MB도 대선 전에 위장전입과 BBK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지지율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집권 기간에 우리네 살림살이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는 허상(虛像)이었던 셈이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의 상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야당과 반대자들이 제기하는 여러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당선 배경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릴 것 같지 않은 원칙과 소신’이라는 상이 강했다. 여기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아 경제성장을 이룰 것 같은 이미지, 여성 대통령으로서 소외된 이들과 소통하며 섬세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집권 3년8개월이 돼가는 박 대통령의 상은 실상(實像)일까, 허상일까?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형에게 물어보니 “지금까진 아닌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