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한국형 부모보험 제도 기사의 사진
정부가 지난 10년간 1·2차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투입한 예산은 150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저출산 극복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실과 동떨어진 백화점식 대책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난 연말 발표한 3차 대책(2016∼2020년)에는 무려 200조원 가까운 예산이 배정됐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출산율은 되레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놀란 정부가 지난 8월 긴급 보완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당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업을 향해 호소문까지 발표했다. “기업 경영자 여러분,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주십시오.” 물론 전사회적 협조는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과 괴리된 호소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출산과 육아를 꺼리지 않고, 일과 가정이 양립될 수 있는 사회시스템 마련이 급선무다.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인구절벽은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세계 90여개국에서 시행 중인 아동수당에 이어 부모보험 제도 도입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모보험은 스웨덴이 1974년 시행한 것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에도 소득의 80%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부모가 자녀 1명당 8개월씩 총 16개월을 나눠쓰도록 돼 있다. 12세 이하 자녀가 아플 때에도 이용할 수 있다. 양성평등에 기초한 가족친화적 정책이다. 반면 우리는 육아휴직을 하면 기본적으로 소득의 40%밖에 지급되지 않으니 누가 이용하겠는가.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이를 벤치마킹해 조만간 부모보험법을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다. 고용주와 근로자가 월급의 0.5%씩을 부담해 기금을 만든 뒤 육아휴직자에게 소득의 최대 80%까지 보장해주는 법안이다. 새누리당도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이 가져올 국가적 재앙을 막으려면 파격적인 실험도 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2700년에는 한민족이 소멸된다는데 무엇을 못해보겠나.

박정태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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