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외국인 억양 증후군 기사의 사진
요즘 영어 회화를 능숙하게 하는 젊은이들이 꽤 많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외국인을 만나도 울렁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현지에서 의사소통에 지장을 받지 않는 청년들은 혼자 해외여행길에 올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의 아버지 세대들은 외국인을 만나면 주눅부터 든다. 그들은 대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ABC’를 외웠다. 중학교 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했다. 말이 본격적이지 학교에서 배우고 집에서 복습하는 정도였다. 유치원생부터 외국어 공부에 몰두하는 지금 세태와는 크게 달랐다.

50대 후반의 어른들은 중학교, 고교, 대학교를 포함해 10년간 영어와 씨름했다. 입사시험을 보기 위해 대학 시절에도 영어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들은 회화와 작문에는 재주가 없었지만 독해(讀解) 실력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이런 이들과는 달리 대기업체 임원 A씨는 영어 회화 실력이 출중했다. 그는 외국인과 상담할 때 통역으로 나갔다. 장기간 외국에 체류한 적도 없는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젊은 시절부터 매일 영어 문장 1개씩을 외웠어요.”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외국어 한두 개는 해야 하는 글로벌 시대다. 회화 실력을 하루아침에 높일 수는 없을까. 불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이들이 있다. 미국인 루벤 누스모 같은 사람들이다. 누스모는 지난달 축구를 하다 머리를 크게 다쳤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누스모가 갑자기 스페인어를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스페인어를 배운 적이 없지만 영어와 스페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외국인 억양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이라고 부른다. 머리에 외상을 입은 사람에게서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언어 기능의 변화를 말한다. 호주 영국 크로아티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회생한 것만 해도 축복인데, 외국어 회화 능력까지 선물로 받은 사람들이다.

글=염성덕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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