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82년생 女주인공 통해 우리사회의 여혐 고발 기사의 사진
한국의 일상속 성차별 역사를 ‘82년생 김지영’이라는 평범한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는 조남주 작가. 그는 26일 “82년생은 사회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는 등 한국사의 주요 이슈를 가장 잘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문화계에 성추행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 여성혐오 행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 나와 눈길을 끈다. ‘PD수첩’ ‘불만제로’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 출신의 신예 소설가 조남주(38)씨가 쓴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다.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이 딸로 태어나 자라면서 대학을 졸업해 취업을 준비하고, 마침내 바늘구멍 같은 직장 관문을 뚫었으나 결국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아가면서 겪어온 생생한 성차별 인생 보고서다.

주인공처럼 자신도 출산을 계기로 방송 작가를 그만뒀고, 애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소설을 쓰게 됐다는 조 작가를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설의 시작은 2015년 현재다. 김지영은 유모차를 끌고 나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다가 자신을 두고 ‘맘충 팔자가 상팔자야’라는 회사원 남성의 빈정거림을 듣게 된다. 그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이후 남편과 시어른한테 성차별을 느끼는 순간이면 그녀는 ‘정 서바앙’ ‘아이고, 사부인’ 하며 자신의 엄마가 빙의한 듯한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어 1982∼1994년, 1995∼2000년, 2001∼2011년, 2012∼2015년 등으로 시기를 구분해 한국 보통 여성의 성차별적 삶을 현대사의 맥락 속에 펼쳐 보인다. 김지영이 80년대 초반 태어난 여아 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이었던 것처럼, 주인공 김지영의 삶은 유별난 것이 아닌 보통 여성이 겪어온 일상 속의 성차별의 역사다.

“지난해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는 칼럼에서 촉발된 페미니즘 논쟁을 지켜보며 한국에서 여성이 어떻게 살고 있길래 저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 사회학과 출신인 작가는 사회학도 같은 관심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모아오다 소설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설 곳곳에는 논문처럼 출처를 밝히는 각주가 달려 있다. 작가는 “픽션이 아니라 실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소설 속에는 변화를 만드는 작은 실천에 관한 이야기도 많다. 이를테면 고교에 출몰하는 ‘바바리맨’을 체포해 경찰에 넘기는 일진 여학생들, 밥을 늦게 먹는다고 늘 혼나다가 선생님께 건의해 남학생과 여학생 밥먹는 순서를 바꾼 초등생들, 후배 여성들을 위해 불필요한 워크숍과 야근을 없애는 여성 중간관리자 등등.

작가는 “여성 인권이 여기까지라도 발전해 온 건 일상에서 삶을 변화시키려고 애써온 많은 여성들의 노력이 쌓인 덕분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비해 여성 목소리가 커지면서 역차별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기울기가 줄었다고 해서 평평해진 건 아니다. 여전히 기울어진 현실을 보여주고 싶어 이 소설을 썼다”고 강조했다.

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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