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리? 10대 보호? 딜레마 빠진 ‘셧다운제’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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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가 시행된 지 다음 달이면 5년이 됩니다. 셧다운제는 게임중독으로부터 청소년을 구제한다는 명목 아래 2011년 1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시행 때부터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 효과 여부에 대해 우리 사회에 찬반 격론이 일었습니다. 5년이 된 지금까지 이 논쟁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업계는 이 제도가 청소년 보호 효과는 없이 주요 수출 동력인 게임산업만 위축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반박합니다.

게임 콘텐츠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유망 분야라는 기대와 지나친 과몰입에 따른 청소년 정서 악영향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모두 받고 있습니다. 최근 부모선택제 도입 등 셧다운제 완화에 뒤늦게 나서고 있는 것은 셧다운제 비판과 지지 여론 사이의 줄타기에 다름 아닙니다. 미래 성장동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라나는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게 하는 묘안이 필요한 때입니다.

셧다운제 5년, 게임 업계의 주홍글씨였나

셧다운제는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어린이·청소년의 온라인 게임을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셧다운제 시행으로 인해 게임산업은 크게 위축됐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게임산업 규제 정책의 전환 필요성 및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직후인 2012년 국내 게임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10.8%로 2011년(18.5%)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2013년에는 마이너스(-0.3%)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업체 수도 2009년 3만개에서 2014년 1만4000개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이 같은 규제로 아예 게임 개발이나 국내 판매를 포기한 업체도 증가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는 2014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K-IDEA)와 공동으로 국내 게임 업체 9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게임 업체의 30.5%가 셧다운제를 피해 ‘해외로 판로를 변경했다’고 합니다. ‘게임 개발 계획을 철회했다’는 답도 19%에 달했습니다.

셧다운제가 모바일 게임은 규제하지 않음으로써 풍선효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27일 게임 백서에 따르면 2013년 온라인 게임 성장률은 -19%인 반면 모바일 게임은 190%가량 성장했습니다.

세계 게임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뉴주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시장은 올해 지난해 대비 8.5% 상승한 총 996억 달러(약 114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이런 노다지를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놓칠 리 만무하겠죠. 중국 IT 기업 텐센트는 지난 7월 핀란드 모바일 게임사인 슈퍼셀 지분 84.3%를 86억 달러(약 9조93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슈퍼셀은 ‘클래시오브클랜’ ‘봄비치’등 모바일 게임으로 알려진 회사입니다. 텐센트는 앞서 2011년 온라인 게임 1위 기업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게임 업체 쥐런네트워크도 이스라엘의 소셜 카지노 업체 플레이티카를 인수해 모바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오버워치’를 출시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오버워치는 국내 PC방 게임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제논리로만 재단해선 안돼

정부와 학부모들은 셧다운제를 경제논리로만 재단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게임에 빠진 청소년을 구제하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셧다운제 시행 후 2012∼2014년 3년간 청소년의 게임 몰입률이 전에 비해 4.44%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게임중독이 사회문제화한 것도 이 제도를 없애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지난 24일 중앙대 정슬기 교수 연구팀이 서울과 경기도 지역 청소년 1871명, 대학생 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서 청소년의 6.1%, 대학생의 18.9%가 게임중독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해국 중독포럼 상임이사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게임산업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중독은 국제 질병 분류에 등재될 정도로 보건의학적인 측면에서 명확한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예방치료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외국서도 찬반 양론

외국의 경우에도 논란이 있습니다. 태국은 2003년 세계 최초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8시간 동안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2년 만인 2005년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률적 강제가 아닌 정부 권고사항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2년 정부가 게임 과몰입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반면 우리처럼 청소년 게임중독이 심각한 중국은 최근 셧다운제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최근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규정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2007년부터 3시간 이상 게임을 할 경우 포인트를 삭감하는 등 게임중독 방지를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셧다운제 완화안이 대안 될까

셧다운제가 계속 논란이 되면서 정부도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보호와 미래산업 육성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현실론 때문이겠죠.

정부는 2012년 7월 18세 미만의 경우 청소년 부모나 법정대리인이 게임 이용시간에 제한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 기존의 강제 셧다운제를 보완했습니다.

한걸음 나아가 지난 7월에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개선하는 안을 20대 국회에서 입법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모선택제는 부모 요청이 있으면 아동·청소년이 심야시간에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물론 업계는 여전히 성이 차지 않는 모양입니다. 부모선택제는 미봉일 뿐 게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제도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입니다. K-IDEA 김성곤 사무국장은 “게임은 문화산업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미지가 중요하다”며 “법적 규제가 아닌 자율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셧다운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처럼 청소년 등의 권리에 비해 게임중독을 예방해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더 크다는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업계와 정부가 슬기로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기 바랍니다.

■셧다운제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법이다. 2011년 5월 19일 도입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됐으며 일명 ‘신데렐라법’이라고도 한다. 다만 온라인 접속이 필요 없는 콘솔 게임기나 스마트폰·태블릿PC를 통한 모바일 게임의 경우 적용을 유예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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