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43> 억새꽃 기사의 사진
억새. 필자 제공
축제를 성공시키는 최고의 마케터는 누굴까. 다름 아닌 ‘날씨’다. 가끔 지역의 문화행사를 가보면 딱히 볼거리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화창한 날씨에 이끌려 밖으로 나온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축제장까지 유입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가을 날씨에는 어떤 축제를 찾아가면 좋을까. 막바지 가을을 부여잡고 있는 전국의 억새 축제들을 추천한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억새 언덕을 필두로 포천의 명성산 억새밭, 홍성의 오서산, 장흥의 천관산 등이 잘 알려진 억새 군락지이자 대표적인 가을 관광명소로 꼽힌다. 최근에는 서울 상암의 하늘공원 억새밭도 접근성이 탁월해 많은 시민이 줄을 잇고 있다.

억새는 줄기가 억세고 질기다고 해서 ‘억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얀 솜털의 씨앗이 바람에 날아가 싹을 틔우는데 한꺼번에 많은 씨앗을 얻고 아무데서나 잘 자라서 쉽게 군락지가 형성된다.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산 위나 강 주변에 주로 발달하는데 그래서 우리나라의 가을 억새 축제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등반이 필수다.

요즘 최고의 절정을 맞고 있는 정선의 민둥산 억새 축제는 하얀 솜이불이 깔린 듯 넓은 억새밭이 산 정상 위에 펼쳐져 있다. 민둥산 기차역에만 가면 넓은 억새밭이 성큼 나타날 줄 알았는데 무려 2시간 반이나 등반을 해야 한다니 처음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가을 숲길이 인도해 주는 대로 단풍도 보고 다람쥐도 보면서 갈색 억새 찾기를 하다보면 순식간에 민둥산의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강원도의 억새 군락지는 주로 화전민들이 밭을 일궈 생계를 유지하던 데서 유래해 지금은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지역의 대표적 계절 명소가 되었다.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억새 축제는 10월 30일까지, 정선 민둥산 억새 축제는 11월 13일까지 이어진다. 겨울 산행이 자신 있다면 상고대 핀 억새도 좋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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