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배병우] 내년이 정말 두려운 이유 기사의 사진
지난해 9월 칼럼에서 2017년 경제위기 가능성을 다뤘다. 아니 시중에 나도는 ‘경제위기설’을 언급했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빚 못 갚는 가계 급증, 엔저(엔화 약세) 지속에 따른 수출 감소, 대선 시기 정치 리더십 혼란으로 한국경제가 2017년이나 2018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돈다고 썼다. 1년2개월이 지났다. 무섭게도 논리적 비약과 허점이 곳곳에 있다고 생각한 이 전망이 갈수록 맞아 들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축 엔진인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주력 산업에서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거의 좁혀졌다. 중국이 한국, 일본 등에서 수입하던 소재·부품 국산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대중(對中) 수출 감소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78%가 부품·소재 등 중간재다. 여기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이 추세는 더 강해질 것이다.

경제의 다른 축인 내수는 사실상 부동산 경기 활황에 의지해 연명하고 있다. 이마저 한계에 달한 징후가 역력하다.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과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금융권이 대출을 조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금리 오름세는 부동산에 의존한 성장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는 신호다. 소비의 주력이어야 할 가계는 1300조원에 이르는 부채 폭탄을 안고 있다. 여기다 대우조선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할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향후 위기는 이처럼 소비, 생산, 고용 등 실물경제의 급격하고 장기적인 추락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 이른 데는 대통령과 경제 관료의 책임이 크다. 현오석 박근혜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는 기업·산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허송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시급한 구조조정 대신 돈 풀어 부동산에 다걸기하는 성장으로 오늘의 진퇴양난에 일조했다. 현 유일호 부총리는 경제 총사령탑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제팀의 무능력과 무기력은 도를 넘었다. 한진해운 사태가 단적인 예다. 법정관리 결정이 난 지 2개월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물류대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경제관료들의 실책에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기·고용 절벽이 예상되는데도 재정 건전성을 우선하는 움직임도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지만 전문가들은 “웃기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내년 예산안이 확장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SOC) 대체와 구조개혁 과정에서 떨어져나올 해고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청년·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원 등 긴요하면서도 선순환을 일으키는 재정 수요가 많다. 그런데 유일호 경제팀은 “재정정책은 쓸 만큼 다 썼다”고 한다.

여기다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 충격파가 덮쳤다. 무엇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도 못하는 박 대통령의 실체가 드러났다. 국민은 물론 공무원들의 신뢰도 얻기 힘들게 됐다. 단순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정도가 아니라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비상사태다. ‘퍼펙트 스톰’을 피하기 위해 정치·경제적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악화되는 경제상황 자체보다 표류하는 정책과 리더십 부재가 더 문제라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설(說)’로 끝날 수 있는 경제위기를 정부와 국정 최고책임자가 현실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 섬뜩하다.

배병우 논설위원 bwba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