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최순실의 이름 바꾸기 기사의 사진
주말을 이용해 지난주 2박3일 제주를 다녀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여행 내내 가을비를 만났다. 제법 내리는 비에 거센 풍랑까지 겹쳐 배가 뜨질 못해 제주 별미 중 하나인 마라도 짜장면 맛을 보려던 계획이 어그러졌다. 속상한 일행이 애먼 내 이름 탓을 한다. 흥할 ‘흥(興)’에 돌림자로 ‘우(雨)’를 쓰니 비를 몰고 다닌다고 눙친다.

요즘 순우리말 이름이 많이 늘었다지만 한자 이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니 이름 하나하나엔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염원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성명학이 발달하고 작명소가 성업 중인 모양이다.

과거에는 놀림감이 되어도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드물었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허용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2005년 11월 개명을 간소화한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다. 범죄에 이용되지 않는 한 얼마든지 가능해진 것이다. 매년 15만명 내외가 이름을 바꾼단다.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인지 최근에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개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손아섭 선수는 원래 이름이 손광민이었다. 손광민 시절에는 그렇고 그런 선수였으나 이름을 바꾸고 난 뒤 대체불가 선수로 성장했다.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 선수는 원래 이름 ‘이정기’를 버린 지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제2의 손아섭을 꿈꾸며 개명한 선수가 프로야구에만 40명이 넘는다.

2014년 2월 최서원으로 개명한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의 원래 이름은 최필녀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버지 최태민은 무려 7개의 이름을 사용했다고 하고, 딸도 정유연에서 정유라로 개명했다. 3대에 걸친 개명, 집안 내력이다. 이름에 어떤 한자를 쓰는지 알 수 없으나 혹시 ‘서원(誓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속에 맹세해 소원을 세운다는 뜻이다. ‘밤의 대통령’이 되려고.

이흥우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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