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그래도 감사할 일은 기사의 사진
어딜 가나 최순실 이야기다. 뉴스에 루머까지 섞인 이야기들에는 국정농단 게이트 전횡 비리 무속 사이비 농락 최면 경악 하야 탄핵 등등 부정적인 단어가 가득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자들 중에도 배신감과 자괴감, 수치심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믿고 따르던 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니 앞으로 뭐가 더 터져 나올지 두렵다는 고백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나 방향에 비판적이었던 이들 중에도 ‘꼴좋다’고 비웃기보다 괴로움과 허망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열심히 비판하고 반대해온 대상이 의지해온 존재가 지적 능력이 의심스러운 사이비교주의 딸이었다는 게 어이없기 때문이다.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빙산의 일각이다’라는 말이 절망감을 더한다. 도무지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불확실성 앞에 우리 국민들은 집단적으로 우울증과 불안증에 걸릴 지경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때일수록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찾고 감사의 기도를 놓지 않는 이들이 필요하다. 부정과 비관의 기운도 긍정과 낙관의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원천이 여기에 있다. 이 난리판에 감사드릴 일이 뭐가 있을까 싶겠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면 없지 않다.

이토록 불의한 일이 묻히지 않고 드러났다는 점부터가 감사할 일이다. ‘완전범죄는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불의와 불법을 저지르고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부귀영화를 누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순실 관련 의혹도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수면 위로 떠오를 만큼 증거가 구체적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결정적인 증거가 담긴 태블릿PC가 없었다면 의혹만 난무하는 정쟁거리로 끝났을지 모른다. 증거가 확보돼도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하거나 야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권력의 치부가 백일하에 드러났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거짓과 부정, 불의가 완전범죄가 되는 일을 막았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아직은 여전히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 나라가 더 망하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도 다행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모두 사실이라면 5000만 국민의 생사와 운명이 국가시스템의 통제에서 벗어난 일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국가경제나 외교관계를 파탄 내거나 이 나라를 전쟁 상태로 몰아가지 않았다 점만으로도 감사드릴 일이다.

사이비종교의 위험성과 해악을 국민들이 자각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감사한 일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멀쩡한 사람이 사이비종교의 먹잇감이 돼 친자식을 살해하거나 노예처럼 살았다는 보도가 한두 차례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는 사이비종교나 정통종교나 오십보백보라는 인식이 많다.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인사들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이들은 사이비종교의 기준이 애매하다거나 정통종교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지만 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사이비종교는 글자 그대로 사이비일 뿐, 종교가 아니다. 사이비의사는 의사가 아니라 사기꾼인 것과 같다. 사이비종교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가장 확실한 지표 중 하나는 교주를 신격화하는지 여부다. 살아있는 사람을 영생불사의 하나님이나 재림예수로 떠받드는 집단부터 격리하고 처벌하면 사이비종교의 폐해는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불의에 분노하는 우리 국민들이 희망이다. 좌절 포기 우울 방관 같은 상태에 비하면 분노는 잘만 다스리면 긍정의 에너지로 전화될 수 있다. 그리고 그들 속에는 소망을 놓지 않고 기도하는 이들이 있다. 혼돈의 때일수록 크리스천들의 어깨는 무겁다. 어둠의 기운이 세상을 지배하지 않도록 영적 무장을 단단히 하고 깨어 기도해야 한다.

송세영 종교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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