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지호일] 최순실 등에 탄 검찰 기사의 사진
지금의 검찰은 무너진 둑에서 쏟아져 나오는 격류에 띄워진 뗏목이다. 정권 4년차마다 검찰은 숙명처럼 정치의 격랑에 뛰어들길 요구받았지만, 지금은 아예 1년여 통치기간이 남은 권좌의 명운이 달린 답을 내놔야 한다. ‘우리가 왜 이걸…’이란 불만도,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냐’는 한탄도 무의미하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드러낸다’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향해 온 힘을 던질 수밖에. 여론은 검찰의 행보를 불신하고 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지난 9월 29일 고발장이 접수됐고, 국정감사 이후 형사8부에 사건을 배당해 6일 만에 고발인 조사를 하고….”

어느 날 툭 던져진 핵폭탄급 사건을 맡게 된 수사팀으로서는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검찰은 그동안 뭘 했나. 최순실씨에 대한 경고음은 2년 전 그의 전 남편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 때 울렸다. 최씨는 이후로도 고위 관료 인사를 주무르고, 기업 돈을 끌어다 재단을 만들어서는 자기 것으로 삼았다. 청와대 주변에서 지독한 부패 냄새가 나는데도, 거악 척결이 사명인 검찰은 정말 완벽히 몰랐나. 검찰의 사정 시스템이 고장났거나 정상 작동을 방해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검찰이 지금처럼 청와대에 장악됐던 적은 없었다”는 전직 검사장의 토로에서 그 꼬리가 보인다. 시선은 다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로 간다. 대통령 측근 관리가 주요 업무인 민정수석실에서 청와대 참모진이 최씨 수발 드는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 결국 사정기관들이 애써 눈을 감는 사이 최씨는 누구도 어쩌지 못할 ‘몬스터’로 커 버렸고, 대통령은 “이게 나라인가”라는 외침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국민적 아노미와 분노는 검찰 수사만으로 해소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러나 수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현 상황 수습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최씨의 등에 올라탄 검찰에게 퇴로는 없다.

지호일 차장, 그래픽=공희정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