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신정정치 기사의 사진
공식 국호가 이란이슬람공화국인 이란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신정체제 국가이다. 4년마다 선출되는 대통령이 있으나 모든 권력은 종교지도자에 집중돼 있다. 종신직인 최고 종교지도자는 국군통수권, 대통령 및 국회의원 해임권 등 절대군주나 누릴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거머쥔 초법적 존재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정치체제다.

정교일치는 원시시대에나 존재했다. 이란을 제외하고 한 나라 안에서 제도적으로 종교권력이 세속의 권력을 능가한 경우는 근대국가는 물론 고대국가에서조차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정치와 종교가 추구하는 바가 달라서다. 역사적으로도 신돈에 의지한 고려 공민왕 때처럼 정치와 종교의 영역이 중첩되면 나라가 평온하기보다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신돈은 여러 면에서 최태민·순실 부녀에 비유된다. 공민왕이 ‘청한거사’ 칭호를 내리고 국정을 자문하자 신돈의 권세는 왕 부럽지 않았다.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그를 탄핵했던 중신들이 외려 조정에서 쫓겨났다. 당시 백성들의 신망이 깊었던 국사 보우(普愚)가 사승(邪僧)이라고 할 정도로 신돈의 국정농단은 극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 부녀와 인연을 맺은 건 40년이 넘는다. 대를 이은 인연이다. 대통령 동생 지만씨가 “피보다 진한 물이 있더라”고 한 관계이니 분명 보통 사이는 아니다. 자연히 궁금증은 ‘대체 부모자식 관계 말고 친형제보다 진한 관계가 뭐지’로 이어진다.

사이비 교주 최태민이 생전 “박근혜와 나는 영적 세계의 부부”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최태민이 과거 박 후보를 지배했다”는 요지의 보고서와 일맥상통한다. 사교 영향 탓인지 확언할 수 없으나 박 대통령 어록에 ‘혼이 비정상’,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따위의 보통사람들이 흔히 쓰지 않는 주술적 내용이 등장한다. 재직 시 대통령 연설문 초안 작업을 도맡았던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이런 표현을 직접 썼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말할 수 없는 누군가가 썼다는 얘기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주술설에 대해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 하겠다”고 부인했다. 요새 하도 어이없는 일이 사실로 드러나는 일이 잦아 대변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될지 확신이 안 선다.

글=이흥우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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