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주원] 경제정책 흔들리지 말아야 기사의 사진
역시 저번에 말한 대로 정치와 정부를 믿어서는 안 되었다. 정권교체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금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 정책,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정책이란 것은 공공주체인 정부와 민간주체인 국민·기업이 서로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대화다. 만약 한쪽이 다른 쪽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과연 그 대화가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아니 대화 자체가 이어질 수는 있을까? 그래서 정부와 민간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따로 움직인다면 과연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경제가 호황일 때 경제정책의 중요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불황일 때에는 민간주체들은 정부 정책만을 바라본다. 그래서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중요한 경제정책들이 표류하거나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혼란은 정치의 불확실성이지 정부의 불확실성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권력(정권)이 정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어느 한 사람의 나라가 아니듯 정부도 어느 한 사람의 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를 움직이고 정책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힘은 바로 국민들과의 접점에 서 있는 대다수 공무원들이다. 그런데 내가 만나보았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한국경제를 생각한다는 진심이 느껴졌고 어려운 상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죽을 듯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었고 자기 맡은 바는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김영란법’으로 공무원들이 곤란해질 것이라는 점도 오해다. 그 법이 제정되기 오래전부터 공무원들은 이미 ‘공직자 윤리규정’이나 부처 자체 내부 규정 등으로 훨씬 더 강한 청렴도를 요구받고 있었다. 어쩌면 공무원이란 직업은 세상을 쉽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아닌 것 같다. 그러한 공무원들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그곳에서 난리가 나든지 말든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권은 임기가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임기가 없다. 이를 명심하고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사회 전체가 경황이 없을 때 누군가는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 특히 가뜩이나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정치가 경제를 흔들지 않도록 지켜냈으면 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가끔 경제부처 공무원들과 경제 현안에 대한 회의를 한다. 그 대부분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의 공무원들이다.

그런데 두 경제 핵심 부처 공무원들의 특징이 있다. 우선 기재부 공무원들은 정말 똑똑하고 예리하다. 감탄할 정도다. 반면 무언가 벽이 있다. 특히 밀리지 않으려 애쓴다는 느낌이 든다. 이해가 간다. 경제 분야의 제일 앞에 서 있는 부처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일 거다. 1소대는 모든 것에서 1등을 해야 하기 때문일 거다. 한편 산업부 공무원들은 가식이 없고 털털하다. 반면 무언가 허점을 보인다. 그런데 그 허점이 의도적이고 효과적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를 풀고 마음을 열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나도 허점투성이라 산업부 공무원들과의 대화가 더 편하다.

끝으로 두 경제 핵심 부처의 공통점도 있다. 모두 하나같이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애국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의 이 사태에도 우리 경제정책들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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