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 기사의 사진
1990년대 과천의 경제부처를 취재할 때였다. 그때는 부처에 출입기자가 새로 오면 공보관실에서 조그만 수첩을 나눠줬다. 각 과의 계장부터 과장, 국·실장, 장·차관의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그랬나” 할 정도로 놀라운 것은 사무실 연락처는 물론이고 장관을 제외한 차관까지의 집 전화번호가 그대로 게재돼 있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보호는 관심도 없던 시절이다. 그 수첩을 보면서 의아하게 느꼈던 것은 이들이 사는 곳이었다. 대다수 집의 전화번호 국번이 ‘5**’이나 ‘4**’로 시작했다. 강남, 서초, 송파구에 산다는 얘기다. 여러 부처를 출입하면서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오래전 기억이 새삼 떠오른 것은 최근 공직자들의 주거지와 정책 결정의 상관성을 지적한 기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23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1급 이상 고위 관료 가운데 절반이 강남 3구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26일자 기사에서 핵심적인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중 절반이 이 지역에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의 건물을 갖고 있다고 했다. 기사들은 특정 구(區)에 부동산을 보유한다고 주택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해관계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을 담았다. 자신들이 살고 있거나 가진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을 마다할 리 있겠느냐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정부는 내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해 일부 지역의 부동산 열기가 너무 달아올랐다는 판단에서다.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시장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대책의 핵심은 과열을 진정시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자신들과 무관하지 않은 강남 3구의 아파트 값을 떨어뜨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제 살을 도려낼 수 있을까.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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