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미국, 너흰 참 대단해” 기사의 사진
미국 대선이 볼썽사납다. 저 미국이 민주주의를 꽃피운 그 미국 맞나 싶다. 도널드 트럼프는 슈퍼파워에 나타나는 세기말적 현상이라 치자. 쉽게 이길 줄 알았던 힐러리 클린턴도 미국인의 마음을 얻지 못해 쩔쩔맨다. 황당한 사이코 대 끔찍한 비호감의 대결이 돼버렸다. TV토론 최대 이슈는 트럼프의 성추문이었고, 트럼프는 빌 클린턴의 여인들을 토론장에 불러다 앉혔다. 선거란 게 어차피 차악(次惡)을 택하는 거라지만 미국인은 어느 쪽이 덜 나쁜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 듯하다.

대선이 열리는 해에는 캐나다 이민을 알아보는 미국인이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정치에 대한 염증 탓일 텐데 올해는 증가폭이 훨씬 커졌을 게 분명하다. 이런 사정을 지켜보던 캐나다 토론토의 컨설팅업체가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미국인들이 요즘 힘들어 보입니다. 선거에서 온갖 나쁜 점만 들춰지니 그럴 수밖에요. 이웃이자 친구로서 응원을 좀 해주면 어떨까요?”

그들은 “미국에 대단하다고 말해줍시다(Let’s Tell America It’s Great)”란 타이틀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트럼프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Great)’를 약간 비꼰 듯 보이기도 하는데, 캐나다인들은 적극 호응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미국의 대단함을 한마디씩 녹화한 동영상과 글이 트위터 등에 쇄도했다. “너희는 노벨상을 제일 많이 받았잖아” “미국 독립선언문은 정말 아름다운 문장이야” “냉전을 극복한 것도, 달에 간 것도 너희였지” “아이폰 정말 잘 쓰고 있어”…. 캐나다인이 만든 긴 리스트 사이사이에 미국인은 “생큐, 캐나다!”란 댓글을 달았다.

힘든 시기로 치면 지금 한국인이 훨씬 더할 테다. 최순실이 누려온 것을 보며 뭐 하러 열심히 살았나 자조하는 ‘순실증’이 퍼지고 있다. 북쪽 이웃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즐기는 모양새고, 우리 내부에도 위로와 응원을 구할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는다. 치유의 정치력이 절실하다.

태원준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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